비박 "수도권 대패 누군가는 분명 책임져야" 격앙
당권 놓고 혼전 전망…박근혜 정부 레임덕 현실화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0대 총선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달성에 실패하면서 당은 총선 실패 책임을 놓고 상당 기간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또 박근혜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사실상 어렵게 돼 레임덕(권력누수)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관심은 총선 직후 당내 갈등에 쏠릴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비박계 의원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도권이 무너진 것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에서 신승한 새누리당 당선인들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비박계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자의적 공천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는 점을 끄집어내는 반면 친박계는 옥새 파동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를 싸잡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갈등은 차기 당권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친박과 비박간 싸움이 분당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총선 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만큼 당내 상황이 어지러워질 가능성은 더욱 크다.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상대책위 구성도 시간문제라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또 조기전당대회 가능성도 높다.
당권 도전자 역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친박인 최경환 의원과 원유철 원내대표가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다.
총선 공약과 박근혜 정부의 개혁 역시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한국형 양적완화를 위해 한국은행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이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역시 어렵게 됐다. 특히 근로자 표가 많은 울산에서 무소속 후보가 대거 앞서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국민의 뜻이 얼마나 엄중한지 뼛속 깊이 새겼다"면서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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