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알제리에서 공사를 진행중인 한국 건설업체가 최근 불어난 미수금 문제로 고심이 커졌다. 한때 한해에만 40억달러 이상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으나 현지 발주처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추가수주는커녕 현재 공사를 마무리짓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13일 코트라 현지무역관에 따르면 현지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한 국내 건설사는 최근 자체집계 결과 미수금이 1500만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다른 건설사 역시 2개월치에 해당하는 300만달러 미수금이 발생했으며, 또 다른 업체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발주처와 협의하고 있으나 추가비용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조율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기가 악화된 건 유가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알제리는 국가예산의 70%를 석유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최근 저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외환보유고가 줄고 재정적자가 악화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알제리의 외환보유고는 143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2013년(1940억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최근 현지 주재 한국대사가 주재한 회의에서도 국내 건설사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달러는 물론이고 현지화도 부족해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건설현장 폭발물 설치 협박사건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등 보안문제까지 겹쳐 여건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현지 통화(디나르)가 약세를 보이면서 발주처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당국에서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각 현장마다 공사비용이 늘어도 제대로 배정하지 못한다고 현지 건설사들은 전했다. 늘어난 공사비의 10~20%를 해당 발주처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지침을 보낸 것 같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알제리에서 수주한 공사는 2014년 44억달러에 달했으나 올 들어서는 243만달러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전기공사와 용역일뿐 토목ㆍ건축이나 플랜트공사는 전혀 없다. 현지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는 띠미문 개발프로젝트를 맡은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이 있다. 대부분 현지 정부나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다.
사정이 악화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의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알제리 건설에 참여해 손해가 엄청나다"면서 "빨리 손털고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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