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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거리 바이올린 켜는 '러시아 아재',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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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팝스서 활동한 가델 애니키브…80대 할머니가 음악 알아듣고 천원 놓고 갔을 때 감격

해방촌 거리 바이올린 켜는 '러시아 아재', 알고보니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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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벚꽃이 필 무렵이면 가요차트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거리에서 들려온다. 버스커는 길거리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태원 경리단길에 가면 '클래식 버스커'가 있다.

6호선 녹사평역 2번출구에서 나와서 쭉 걸으면 경리단길을 가기위해 건너야하는 지하도가 나온다. '클래식 버스커' 가델 애니키브(Gadel Enikeev)의 공연장소다. 그가 연주를 시작하자 지하도에는 수준급의 클래식음악이 울려퍼졌다. 여고생 2명이 수줍게 그의 바이올린통에 천원짜리 지폐를 넣자 연주를 하던 그가 고맙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유럽의 거리도 아닌 서울 지하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해방촌 거리 바이올린 켜는 '러시아 아재', 알고보니 사진=길거리 공연 중인 가델

▲본인 소개좀 해주세요
저는 러시아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고 올해 한국나이로 48살이죠. 한국에 오기 전에는 러시아에서 오케스트라에서 일했었고, 태국·베트남·라오스·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었죠. 2008년에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서 일하게 되면서 한국에 왔어요.


▲8년 있었는데, 한국어를 전혀 모르나
한국어를 안 배운데는 사실 사연이 있어요. 태국에 있을 땐 태국어를 엄청 열심히 배웠어요. 그러다보니 태국사람들이 저에게 나쁜말을 할 때 제가 다 알아들어서 트러블이 많이 생겼죠. 그래서 일부러 한국어를 안배웠어요. 길거리공연을 하는 것도 그렇고 또 외국인이라서 나쁜말을 듣는 경우도 많죠.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못알아들으니 사람들과 싸울 일이 한 번도 안생겼어요.


▲어떻게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게 됐나
유럽에서는 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게 오랜 전통이죠. 바르셀로나에서는 축제처럼 길거리음악을 즐기고, 독일에서는 이러한 길거리공연 허가를 얻기 위한 특별한 자격증같은 게 있기도 해요. 한국에서도 노래를 하거나, 기타를 치거나 길거리공연을 하는 사람은 많죠. 하지만 아마도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는 나 하나일거에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음악이 필요하죠. 사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클래식 공연을 들으려면 앨범을사거나 콘서트를 찾아가야해요. 길거리공연은 한국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또 외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했죠. 뮤지션들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요. 또 돈도 벌고(웃음)


▲수입은 얼마나 되나
오케스트라에서 월급을 받지만, 딸 교육도 시켜야 되고 한국생활엔 돈이 많이 들어요. 길거리 공연이 수입에 도움이 되긴 하죠. 하지만 매일 같은 수입을 보장할 수 없어요. 길거리 공연으로 최고 하루에 20만원을 번 적도 있었고, 최저로는 하루에 4000원밖에 못 번 날도 있어요. 엄청난 격차죠.


수입에 대해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처음엔 한국 젊은 여성들은 돈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길거리 공연을 하다보면 30살 이하의 여자들은 구경만하고 돈은 내지 않죠. 반면 젊은 남자들은 돈을 꼭 내요. 하지만 30살을 기준으로 다시 달라지죠. 30살을 넘으면 여성들은 돈을 잘내기 시작해요. 하지만 50살이 넘은 아저씨, 할아버지들은 또 돈을 내지 않죠. 한국에서는 이렇게 세대별로 달라지는 게 신기했어요.


▲왜 해방촌을 택했나
처음 길거리 공연을 시작한 것은 2012년이었어요. 강남역 교보빌딩 앞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사람들 반응이 꽤 좋았어요. 그 때만해도 지금보다 경제가 좋아서인지 수입도 많았어요. 2013년에는 잠실에서도 했었어요. 그런 번화가에서 공연을 하려면 앰프시설 같은 것을 들고다녀야 되는데 무겁고 돈도 많이 들죠. 또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사실 길거리공연은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이제 오랫동안 공연을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을 택했죠.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한 번은 무솔리니(이탈리아 정치인) 시절의 아주 오래된 음악을 연주한 적이 있었어요. 아무도 이 노래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그 때 한 80대 여성이 지나가다가 멈춰서서 제 노래를 끝까지 듣고 1000원을 내면서 미소를 짓고 갔어요. 아마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거나 그랬겠죠. 이 때가 저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길거리 공연은 정기적으로 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마 컨디션이 될 때까지는 계속 할 거에요. 그리고 딸 대학을 마칠 때까진 한국에 있을 것 같아요. 여러나라를 돌아다녔고, 또 돌아다니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죠.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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