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벤 호건부터 시작된 '챔피언스 디너', 스콧은 갑각류, 라일은 양내장 요리로 화제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텍사스식 바비큐."
지난해 우승자 조던 스피스(미국)가 선택한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 메뉴다. 전년도 챔프가 대회 개막 하루 전 역대 우승자들을 초청해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다. 벤 호건이 1952년 시작해 이제는 아예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특히 호스트가 모국의 특선요리를 소개해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텍사스주 출신의 스피스 역시 고향 음식을 준비했다.
2013년 호주선수 최초로 마스터스를 제패한 애덤 스콧(호주)이 2014년 선보인 '모어턴 베이벅스와 파블로바'라는 요리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벅스(bugs)'가 풍기는 어감 때문에 "혐오 음식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스콧은 그러나 "호주의 전통 음식"이라며 "맛을 보면 금세 반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벅스는 검붉은 껍질과 짧고 좁은 꼬리를 가진 갑각류다.
스콧이 실제 좋아하는 요리다. "귤류의 과일이나 푸른 채소와 잘 어우러지는 맛"이라고 추천했다. 디저트로는 엄마의 손맛과 정성이 깃들었다는 '파블로바'라는 이름의 호주 전통 과일 파이를 내놨다. 1926년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을 땄다. 스콧은 "파블로바만큼 가볍고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비너 슈히첼'과 '해기스' 등 이름도 생소한 세계 각국의 진기한 요리가 또 있다. 비너 슈히첼은 1984년 챔프 베른하르트 랑어(독일)가 1985년 내놓은 송아지고기 커틀릿이다.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곁들였다. 1987년 챔프 샌디 라일(잉글랜드)은 1988년 해기스라는 다진 양 내장 요리를 위해 직접 킬트(스코틀랜드 전통의 남성용 치마)를 입는 등 엄청난 열정을 쏟아 부었다.
2011년 챔프 찰 슈워젤(남아공) 역시 2012년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연습에 열중해 화제가 됐다. 남아공에서 즐겨 먹는 바비큐에 원숭이 소스를 곁들였다. 스피스가 4년 만에 다시 바비큐를 선택한 셈이다. 또 다른 바비큐가 있다. 2008년 챔프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의 아르헨티나식 바비큐다. 2009년 만찬에 초리조와 숏 립, 소고기 필레 모예야(달짝지근한 빵)가 등장했다.
네 차례나 그린재킷을 입은 타이거 우즈(미국)의 메뉴 변천사가 재미있다. 1997년 마스터스 최연소챔프에 등극한 뒤 1998년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밀크셰이크 등 어린애들이 먹는 음식으로 이야기거리가 됐다. 2001년과 2002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이듬해는 각각 스테이크와 닭가슴살, 초밥 등으로 메뉴가 달라졌다. 2005년 4승을 수확한 뒤 2006년에는 멕시코 볶음밥과 구운 콩을 곁들인 파히타 요리로 격을 높였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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