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대표들 고사…주택 비중 줄고 해외 출장 잦아
"공석 장기화로 법·정책에 업계 의견 반영 안 될까 걱정"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신임 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박창민 전 회장이 갑작스레 사퇴한 이후 후임을 찾는 중이다. 1978년 설립된 협회는 현재 65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들이 모두 회원이다. 회장은 보통 천거에 의해 선임된다. 서로 회장이 되려는 경쟁이 있는 편은 아니다.
협회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며 회원사의 입장을 대변할 뿐 아니라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특히 제도를 바꾸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과 고민을 나눠야 하고 상충되는 건설회사간 요구를 조정할 경우도 적지 않아 회장 자리는 마냥 좋은 자리만은 아니다. 더욱이 대형 건설사의 대표이사 등 주요 직책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설업의 트렌드가 국내 주택 분야에서 해외수주로 옮아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협회장이 명예롭고 중요한 자리이긴 하지만 건설회사에서 주택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면서 "수시로 해외 현장을 챙겨야 하는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이 없어 자칫 수장의 공석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협회는 공모에 나섰다. 공모 방식으로 회장을 찾기는 사상 처음이다.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회장직을 완곡하게 고사하고 있어서다.
이에 부회장들이 거론되고도 있으나 역시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회장으로는 태기전 한신공영 사장(수석),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 차천수 진흥기업 사장, 유인상 협회 부회장 등 4명이다. 이사로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등 19명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택 시장이 심상치 않은 데다 총선까지 맞물린 상황"이라며 "협회장 자리를 오래 비워두게 되면 자칫 법·제도 개선을 건의할 타이밍을 놓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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