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해외총괄 조직을 사장(CEO)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고, 품질보증과 임직원 기술역량도 직접 챙긴다.
SK하이닉스는 31일 "올해 초 단행한 인사·조직개편을 통해 미주총괄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역 법인들을 총괄하는 조직은 중화총괄 뿐이었다. 미주, 독일, 일본, 싱가포르, 인도법인은 별도로 운영됐었다.
이번에 신설한 미주총괄은 기존에 운영되던 새너제이 헤드쿼터와 오스틴·휴스턴·롤리·시애틀 지역 사무소 등을 모두 총괄하게 된다. 미주총괄 수장은 진정훈 부사장이 맡았다.
특이한 점은 신설된 미주총괄과 함께 기존 중화총괄, 기술역량센터, 품질보증본부가 모두 CEO 직속 조직으로 개편됐다는 점이다. 해외 조직들은 기존에는 마케팅 부문 내에 속해 있었지만, CEO가 직접 관리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역량센터는 일종의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조직이다. 우수한 기술인재를 육성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임직원들의 기술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 기술인재 관리와 육성, 영입 등 기술역량, 인재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맡게 된다. 기술역량센터장은 기업문화본부장인 현순엽 전무가 겸임한다. 품질보증본부는 기존대로 CEO 직속 조직으로 있게 됐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세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미래기술부문 내에 있던 시스템IC(집적회로) FAB과 신사업부를 통합,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로 변경시켰다.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주 M8 팹을 앞세워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8인치(200㎜) 90나노미터 공정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시스템반도체를 소량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팹리스 회사들의 칩 구매량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신생 기업이나 소규모 전자 기업에 초점을 맞춰 사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소규모 고객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M8 팹에서는 CMOS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로 생산한다. 낸드플래시도 생산했으나 2012년 3분기부터 비메모리 전용 팹으로 모두 전환했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신사업부장을 맡았던 이동재 상무가 책임지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조직 변화는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시장 흐름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박 사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역시 시장 상황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 특유의 위기극복 DNA를 재가동해 '강한 SK하이닉스'로 거듭 나는 계기로 만들겠다"며 "미래성장과 본원적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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