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은 인류 역사와 불가분의 오랜 관계를 갖고 있다. 몇 년 전 '슈퍼피쉬'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었다. 제작진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인류에게 물고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화면에 담았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했다. "물고기가 없었다면 인간도 없었을 것이다."
인류가 문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를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한 것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로 두뇌의 용량이 커지면서 문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학설로, 단백질 섭취의 상당부분을 어패류가 담당했다고 봤다.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피나클포인트라는 곳에서 16만년전 호모사피엔스가 조개와 물고기를 잡아먹었던 흔적이 발견됐다. 우리나라도 고대 암각화에서 물고기나 고래를 어획하는 장면들이 발견되는가 하면 전국에서 패총이나 뼈로 만든 낚시 바늘이 발굴되고 있어 오래전부터 강가나 바닷가를 중심으로 어업이 활발히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농경지가 부족하고 가축이 귀했기 때문에 수산물이 그 어떤 나라보다 중요했다. 젓갈, 간고등어, 굴비, 북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산물 보관방법이 발달했던 것은 우리가 얼마나 수산물을 사랑하고 의지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통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은 연간 53.8㎏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산업은 대한민국의 성장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외화가 귀하던 1960∼70년대에는 수출 효자산업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등 공신이었다. 1962년에는 수산물 수출이 국가 전체 수출액의 22.5%에 달했다. 1970년대 외화벌이에 힘쓴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잘 알려져 있지만 원양어선 선원들의 노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머나먼 타국의 바다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벌어들인 외화는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수산업이 재평가되고 있다. 소득수준 증가와 함께 소고기 등 육류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료로 쓰이는 곡물 생산량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패류 생산은 양식이라는 바다에서의 혁명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13년 양식수산물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소고기 생산량을 앞지른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인류의 주요 단백질 섭취원이 육류에서 어패류로 전환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매우 중요한 신호였다.
지난해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우리나라 수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식탁의 보조반찬으로만 취급받던 김을 스낵으로 가공해 해외시장을 두드린 결과 김 수출은 2010년 1억달러에서 2015년 3억달러로 5년 만에 3배나 확대됐다. 이처럼 수산업은 비약적인 성장 가능성을 품은 산업이다.
정부는 수산업을 미래 산업,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산물 가공식품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고급어종의 대량 양식생산 기술개발은 물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수산자원 회복과 바다생태계 복원도 확대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수출시장 확대의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수산물 시장 동향과 특징들을 정밀히 분석하여 국가별 맞춤형 수출전략들을 수립할 계획이다. 수산물 수출에 최적화된 물류망 구축 및 원활한 통관시스템을 마련하여 수산업계를 지원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4월1일은 제5회 수산인의 날이다. 국민들에게 싱싱한 수산물을 매일 공급해 왔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성장기에는 국가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왔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수산인과 수산업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 하루 밥상에 오른 수산물을 보며 바다에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우리가 싱싱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준 수산인을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우리 수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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