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리프 TV 디자이너 인터뷰 "한 제품 디자인에 3년 투입"
삼성 세리프(Serif) TV 탄생 스토리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TV 디자인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알파벳 I 뿐 아니라 H, J 모양의 TV 디자인도 가능할 것 같아요." (디자이너 에르완 부홀렉(Erwan Bouroullec), 삼성 세리프(Serif) TV 디자인 협업)
"세리프 TV처럼 디자인, 사용자경험이 중심이 되는 TV를 계속 만들겠습니다. 화질이나 두께와 같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런 TV제품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지난 29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 꼬르소꼬모(corso como). 예술·패션·음악·디자인·카페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손잡고 만든 TV를 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리프 TV'를 국내에도 출시했다.
세리프 TV는 문자의 끝을 약간 튀어나오게 한 '세리프' 글꼴에서 따왔다. 옆면에서 봤을 때 알파벳 'I' 형상을 하고 있다. 기존의 크고 얇은 디자인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가구를 보는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TV 자체로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 셈이다.
특이한 형식의 TV인 만큼, 출시 행사도 특별하게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디자이너를 비롯해 삼성전자 임원과 직원, 패션업계 관계자, 모델, 가수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대화를 나누며 TV를 자유롭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TV 디자인을 담당한 로낭 & 에르완 부홀렉(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 중 동생인 에르완 부홀렉도 함께 했다. 부홀렉 형제는 삼성전자가 TV 디자인 협업을 하기 위해 섭외, 계약을 하는 데에만 1년을 썼을 정도로 공을 들인 인물이다. 총 3년간 하나의 TV제품 디자인을 고민해 출시했다.
에르완 부홀렉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I 가 아닌 H, J 등으로도 TV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홀렉 형제는 삼성전자와 협업하며 굉장히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개인적인 디자인 작업들은 이미 많지만, 대형 전자업체와 협업한 것은 처음이라서다. 작품으로써가 아닌,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에 디자인이 활용되는 과정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 디자이너들 뿐 아니라 삼성전자 VD사업부 사장 등 임원들과도 자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리프 TV'는 처음부터 I를 형상화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다 찾아낸 것이 I 형태의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크기 역시 디자인이 가장 잘 구현되는 사이즈로 만들었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 한 점도 특징이다. 강윤제 디자인혁신팀 전무는 "부홀렉 형제가 제품에 어울리는 별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며 "덕분에 세리프 TV만의 '커튼모드' UI와 리모콘, 전용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액자와 같은 TV에 세로 형식의 블라인드가 펼쳐지는 듯한 UI가 있어 TV와 매우 잘 어울린다.
세리프 TV만의 음악도 담겼다. 이날 행사장에는 '세리프 TV' 주제음악을 작곡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씨도 참석했다. 에르완 부홀렉은 이루마를 소개받은 후 한참 동안 TV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내놓은 제품인 만큼,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애정도 남달랐다. 김현석 사장은 세리프 TV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소개하며 "정말 마음에 든다"고 보여주기도 했다. 강윤제 전무도 "한 제품에 대한 디자인을 3년이나 한다는 것은 삼성에서 전혀 없었던 일인데, 시간을 투자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 덕분에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삼성전자는 세리프TV를 지난해 9월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문의가 쏟아져 이번에 국내에도 출시했다. 판매 가격은 40인치 199만원, 32인치 139만원으로 색상은 화이트와 다크블루 두 가지다. 공식 홈페이지(www.seriftv.com)에서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며 판매 매장도 확인할 수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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