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세무당국의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수익성은 물론 이미지 악화 우려 등으로 올해 수입차 업계 1위 탈환이라는 목표에도 제동이 걸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501억9400만원을 추징당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지난해 7월 벤츠코리아의 세금 탈루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이전가격(해외 본사와 한국 법인 사이에 오가는 제품, 용역 등에 적용되는 가격) 조작을 통한 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코리아가 할부 금융 자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이용해 세금을 적게 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추징 통보된 금액은 역대 국내 수입차 업계에 부과된 추징 세금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추징액이 과도하다는 판단으로) 이 사안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제출했다"며 "과세전적부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독일 본사에서 자동차를 사 오는 가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경우 국내 법인의 이익은 줄지만 본사로 넘어가는 차익분이 크게 늘어난다.
벤츠코리아는 2007년에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통보받았다. 당시 회사측은 회사설립 5년이 지남에 따라 이뤄지는 정기세무조사라고 밝혔지만 같은 차량을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수입하고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수입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지만 독일 본사에서 차량을 수입해오는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 수익성은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 3조1415억원을 올려 전년 2조2045억원 대비 42.5%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111억원으로 9.0% 줄고 순이익도 887억원으로 8.4% 감소했다. 반면 독일 본사에서 차량을 수입하면서 지급하는 매입비는 지난해 2조9718억원으로 전년 2조1057억원보다 42.5% 증가했다.
이익은 감소했지만 주주에게 전달된 배당금은 규모는 커졌다. 벤츠코리아의 주주는 독일 벤츠 본사(51%)와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49%)이 국내에 세운 투자법인인 스타오토홀딩스다. 지난해 순이익의 66%에 해당하는 585억원을 배당했다. 2014년에는 순이익 969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484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이는 2013년 173억원과 비교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돈은 많이 벌면서 높은 배당금에 비해 기부금 등 사회 기여도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세금 탈루 논란은 올해 내수판매 5만대와 1위 탈환이라는 목표를 세운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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