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소속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웃고, 울고."
골프용품메이커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시기다.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선수들의 성적이 곧 골프채의 우수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같은 봄철은 특히 신모델 출시와 맞물려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한다. 메이커들이 월드스타에게 거액을 투자하고, 최상의 클럽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장에 투어밴을 배치해 즉석 클럽 피팅에 나서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제이슨 데이(호주)가 28일 2주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델매치플레이(총상금 950만 달러)가 대표적이다. 데이(테일러메이드)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ㆍ핑골프),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ㆍ타이틀리스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ㆍ나이키) 등 4대 메이저 브랜드 소속 선수들이 4강전에 집결해 더욱 화제가 됐다.
결과는 테일러메이드의 '대박'이다. 데이가 7전 전승으로 '매치의 제왕'에 등극하는 동시에 조던 스피스(미국)를 2위로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했다. 데이는 이 과정에서 35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뿜어냈고, 여기에 정교한 아이언 샷과 '짠물퍼팅'까지 가미해 2016년형 주력모델 'M시리즈'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타이틀리스트는 반면 스피스가 16강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해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52번시드를 받은 카브레라 베요가 3위에 올라 '하위권의 반란'을 일으켰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3월 초 애덤 스콧(호주)이 혼다클래식과 캐딜락챔피언십에서 2연승을 일궈내며 '제3의 전성기'에 접어들어 상종가를 쳤다가 스피스의 최근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타는 분위기다.
매킬로이라는 빅스타를 거느린 나이키 역시 기대치에 못 미쳤다. 2015/2016시즌 7개 대회에 등판해 여전히 1승을 챙기지 못하는 등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초 혼다클래식에서는 '컷 오프'를 당했고, 타이틀방어에 나선 이번 델매치에서는 카브레라 베요에게 덜미를 잡혀 4위에 그쳤다. 매킬로이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4월 마스터스를 기대하고 있다.
핑골프는 우스트히즌의 준우승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핑크드라이버'로 유명한 버바 왓슨(미국)이 지난해 12월 타이거 우즈(미국)가 호스트로 나선 특급이벤트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한데 이어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을 제패해 선수 마케팅의 동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어 우스트히즌이 몸값을 해주면서 양대산맥을 구축한 셈이다.
캘러웨이골프가 '최악'이다. 에밀리아노 그릴로(아르헨티나)가 프라이스닷컴에서, 케빈 키스너(미국)가 RSM클래식에서 각각 정상에 올라 지난해 가을시리즈 7개 대회에서 루키들이 선전했지만 올 시즌 13개 대회에서는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 스릭슨의 약진이 장외화제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2월 피닉스오픈 우승을 포함해 20개 대회에서 벌써 4승을 합작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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