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플레이에 공 찾아 삼만리 "혹시 당신도?"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필드의 무법자."
골프는 적어도 5시간을 함께 플레이하는 종목이다. 당연히 기피대상이 있다. 첫번째가 슬로우 플레이어다. 끊임없이 연습스윙을 하는 등 '프리 샷 루틴'이 길면 정말 짜증이 난다. '휴먼 레인 딜레이(Human Rain Delay)'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다. 로스트공에 욕심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산을 오르내리거나 물에 빠진 공을 건지는 무모한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거리측정기를 꺼내고, 야디지북을 연구하는 골퍼 역시 만만치 않다. 100타를 치는 수준이라면 어차피 거리에 맞춰 정확한 샷을 구사할 능력이 없다. 90대가 되면 레슨에 욕심을 낸다. 수시로 상대방 스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를 곁들인다. 80대는 필드를 훈련캠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옆구리에 수건을 끼고 연습스윙을 한다.
담배를 물고 플레이하는 몰상식이나 그늘집마다 술을 마시는 음주골퍼는 최악이다. "맥주를 마시면 긴장을 풀어주고 부드러운 스윙이 가능하다"고 우긴다. 캐디에게 치근덕거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도를 넘는 성적 농담으로 동반자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기도 한다. 여자친구와 필드에 나와서 지나친 스킨십을 하는 골퍼는 골프장 밖으로 추방하고 싶을 정도다.
전화 통화와 셀카에 정신이 없는 '셀 폰 가이(Cell Phone Guy)'도 요주의 인물이다. 그 정도로 바쁘면 라운드를 포기하는 게 낫다. 분노 조절 장애형은 클럽을 내던지면서 화를 내 팀 전체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비거리 과신형은 파5홀에서 '2온'을 시키겠다며 팀 전체를 페어웨이에서 무작정 기다리게 한다. 멀리건을 요구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멀리건은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동반자가 주는 것이다.
엉터리로 스코어를 적는다면 언제든지 동반자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알을 깐다거나 좋은 라이로 공을 옮겨 놓은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동반자가 비지니스 상대라면 그 프로젝트는 무산될 확률이 높다. 여성골퍼들은 실력과 상관없이 장비와 의상을 자랑하는 과시형이 많다. 티 샷부터 실수를 연발하고, 미스 샷을 할 때마다 핑계를 늘어놓는다. 그게 당신의 실력이다.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는 '오버맨'도 피하고 싶다. 동반자의 기분을 배려한 적당한 감정 표현이 바람직하다.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는 골퍼 때문에 라운드 분위기가 어수선해 진다. 웨지와 타월, 장갑, 헤드커버 등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밖에 컨시드를 주지도 않았는데 공을 집거나 동반자의 불행에 크게 기뻐하기, 선블럭으로 마치 중국 경극에 나오는 것처럼 '떡칠'하기, 코스방뇨 등이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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