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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기업 붙었슈” …SNS에 ‘증명사진’현수막 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4초

취업난 진풍경

“나, 대기업 붙었슈” …SNS에 ‘증명사진’현수막 붐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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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방앗간집 둘째 아들 사법고시 합격', '김 이장네 셋째 딸 의대 합격'… 과거 동네 어귀에 곧잘 걸렸던 현수막의 내용들이다. 이 현수막들은 판·검사나 의사 등 당시 선망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는 당사자들의 자부심을 담고 있었다. 현수막이 걸린 날에는 으레 동네 잔치도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현수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공공연한 자랑이 겸연쩍어 손사래를 친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현수막은 동네 어귀가 아닌 다른 곳에 걸리고 있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내용도 다소 바뀌었다. 취업이 워낙 어려운 탓에 대기업에 입사하면 과거 고시 합격과 비등하게 친다. 바야흐로 SNS 현수막 시대다.

최근 주요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이 한창이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기업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면 각종 SNS에 꼭 올라오는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입사한 회사 이름을 배경으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한 신입사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회사별로 신입사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포토존'이 있어 사람만 바뀐 채 같은 배경, 같은 포즈의 사진이 매년 올라온다.


“나, 대기업 붙었슈” …SNS에 ‘증명사진’현수막 붐 출처=삼성 신입사원 개인 인스타그램 캡처

그 중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신입사원들의 사진이 눈에 띈다. 삼성은 '프라이드 인 삼성(PRIDE IN SAMSUNG)'이라고 만들어진 야외구조물, 현대차그룹은 '현대 모터 그룹(HYUNDAI MOTOR GROUP)'이라고 쓰인 벽이 인기 촬영 장소다. SNS에서 신입사원연수 관련 해시태그를 달고 검색하면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해놓은 것 같은 사진들이 발견된다.


삼성 신입사원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장소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옆에 위치한 삼성 인력개발원 창조관이다. 이곳은 삼성 일부 계열사 신입사원들이 3주 정도 머무르며 교육을 받는 곳이다. 'PRIDE IN SAMSUNG' 구조물은 야외에 설치돼 있다. 사진을 찍으면 잔디와 함께 큰 건물이 렌즈 안에 들어온다.


“나, 대기업 붙었슈” …SNS에 ‘증명사진’현수막 붐 출처=현대자동차 신입사원 개인 인스타그램 캡처


현대차그룹 신입사원들의 촬영 장소는 야외가 아닌 실내 벽이다. 경기도 용인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신입사원들의 사진이 비슷해 의도적인 포토존으로 만들어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디자인에 신경 쓴 일반 벽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회사에서 따로 지시한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 사진이 SNS상에 올라가 있냐고 되레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수 중 팀 미션 일부분을 위해 찍었을 수는 있다"고 얘기했다. 신입사원들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SNS에 올린다는 의미다.


신입사원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자부심'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 준비생들이 삼성이나 현대차 입사를 '삼성고시', '현차고시' 등으로 부르고 있을 정도다. 연수 '인증샷'을 올리는 것은 자신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뿌듯함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인 셈이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삼성의 한 신입사원은 "입사하기 어렵다는 회사에 취업해서 기뻤다"며 "내가 1등인 느낌이 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나, 대기업 붙었슈” …SNS에 ‘증명사진’현수막 붐 출처=대한항공 신입사원 개인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신입사원들의 이런 사진이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일부 대학에서 이른바 '학과 점퍼'를 맞춰 입는 것처럼 지나치게 소속감이 강조돼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이런 신입사원들의 사진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학교 졸업 사진 남기는 것처럼 연수를 마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모습을 올려두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수습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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