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단기전에서는 이른바 '미친' 선수가 등장한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남자 프로농구 오리온의 포워드 김동욱(35)이 지금 그 주인공이다.
고양 오리온은 전주 원정(19·21일)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1,2차전에서 KCC를 상대로 1승1패를 했다. 지난 23일 안방에서 열린 3차전도 92-70으로 이겨 주도권을 잡았다. 2차전(99-71 승)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스무 점 차 이상 크게 이겼다.
비결은 3쿼터 안에 승부를 결정하는 빠른 공격농구에 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53)의 전략이다. 오리온은 KCC가 수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쉴 틈 없이 전진한다. 외곽슛도 지체 없이 던진다.
빠른 농구의 핵심은 김동욱이다. 그는 2차전에서 3점 슛 네 개로 13득점을 했고, 3차전에서도 3점 슛 세 개 포함, 12득점을 올렸다. 그는 정규리그 마흔 여덟 경기 동안 3점 슛 성공률이 40.6%(50/123)였으나 챔피언결정전 세 경기에서 61.5%(8/13)로 반등했다.
김동욱은 "슛 훈련을 많이 했다. 무리하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던졌는데 감이 좋았다. 행운의 슛도 들어가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KCC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크고 백코트가 느려 기회가 많이 왔다"고 했다.
그는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했다. KCC의 '에이스' 안드레 에밋(34)을 효과적으로 묶었다. 시즌 평균득점 25.7점을 기록한 에밋은 그의 봉쇄에 2차전에서 14득점에 그쳤다. 27득점한 3차전에서도 2쿼터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에밋이 막히자 센터 하승진(31)과 허버트 힐(32)도 덩달아 주춤했다.
김동욱은 팀에서 문태종(41)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2012년 오리온에 합류한 뒤 무릎과 발목 등의 부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신인이던 2005~2006시즌 삼성에서 한 차례 우승을 하고 10년 만에 정상을 넘본다.
그는 "첫 우승 때는 2~3분 정도 밖에 뛰지 않아 큰 감흥이 없었다. 많은 시간을 활약한 시즌에 정상에 올라야 더 가치가 있다. 오랜 만에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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