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내려오지 마라. 높은 위치에서 계속 경기해라."
레바논과의 경기 후반 25분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2)은 이정협(25·울산)을 교체 투입했다.
이정협이 그라운드로 들어가기 전 그를 불러 주문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다. 아래에 내려와서 공을 받지 말라고 했다. 최대한 상대 골문 앞에서 움직이면서 골을 노리라는 이야기였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47분 한국이 기다리던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이 단독 드리블한 후 왼쪽에서 내준 공을 반대편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맛보는 A매치 득점, K리그 클래식에서 좋지 못했던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지우는 한 방이었다.
이정협의 한 골로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경기 결과가 공정하게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91분까지도 축구가 이렇게 불공정한 결과로 끝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1분 뒤에 골이 터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결승골이 나와 합당하고 정당하게 승리가 나왔다. 필드 위에서 축구를 하려는 팀, 공격하는 팀은 하나 뿐이었다. 우리 팀은 점유율이 높았음에도 골을 만들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하되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감하게 상대 수비를 삳애하고 밀어 붙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레바논을 무너뜨렸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정당한 승리였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