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이번 중앙위원회를 보며 당을 사랑하고, 잘되는 방향과 선거를 생각하면 과연 그와 같은 사태를 연출할 수 있었겠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중앙위를 향해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당의 정체성 운운하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표결 결과를 보면 말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제가 확인했다"고도 했다. 중앙위에 대한 확실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앞서 더민주 중앙위는 20~21일 이틀간 회의를 열어 김 대표가 구상한 비례대표 명부를 뒤흔들었다. 당의 공천 내홍 근원지가 중앙위였던 셈이다. 이같은 중앙위와 김 대표간의 갈등구도를 놓고 당 안팎에선 친노(친노무현)·운동권과 김 대표의 한판 승부라고 표현했다. 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중앙위에선 친노의 세가 강한 까닭이다.
중앙위는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현역의원, 광역·기초단체장 등 520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총선 때 당시 한명숙·이해찬 체제로 공천을 진행했고, 이어 2014년 기초단체장을 공천해 친노의 비중이 높아졌다. 또 당연직 위원들 중 현역의원을 제외하고 가장 큰 조직은 시장·군수·구청장이 모인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회장인 곳이다.
전 혁신위원이기도 했던 박 청장은 20일 중앙위에서 "당은 당 대표 한 사람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비상대책위원회가) 자신들의 권한 이상을 행사하려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해 혁신안 의결 과정은 중앙위 내 친노 강세의 증거다. 지난해 7월 사무총장제와 최고위원제 폐지에 대한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다수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재적 555명 중 출석 395, 찬성 302명으로 손쉽게 의결됐다. 당시 비노 진영에선 "중앙위는 당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 많아 60%가 친노"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중앙위가 행한 일련의 결정은 친노의 패권이 아니라 상식이란 지적도 있다. 이용섭 더민주 비대위원 24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중앙위원회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야권이나 정치권에서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특정 세력, 패권주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이것도 구태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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