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셀프공천' 역풍…"비례 수정 VS 당무 거부"

[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공천' 후폭풍이 거세다. 21일 김 대표는 칩거하며,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 당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사천리로 당을 장악해온 김 대표의 난관극복 방식이 더민주 운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민주는 21일 오전 비공개 비대위를 열어 김 대표의 비례 2번을 포함한 비례대표 명단의 일부 수정안을 검토, 의논했다. 우윤근 비대위원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칸막이를 없애고, (김 대표는) 후순위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20일 김 대표가 스스로를 비례대표 2번으로 지명한 게 더민주는 비례대표 후보 명단 논란의 뇌관을 터뜨렸다. 당초 김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설에 "자리를 약속받고 더민주에 온 게 아니다"라고 부인해 왔다. 또 비례대표 후보자를 상위 1~10위(A그룹), 11~20위(B그룹), 21~43위(C그룹) 등 3개 나눠 칸막이를 만든 것에도 반발이 잇따랐다. 일부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 부적절한 처신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명단 수정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리는 비공개 비대위와 오후로 예정된 중앙위 모두 불참하는 등 당무를 거부하는 중이다.

서울 구기동 자택 앞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2번을 바꿀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 묻지 말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또 "더 이상 정치와 정당에 대해서 얘기 안 할 것"이라며 "나에게 묻지 말라"고 말했다. 20일 심야 비대위에선 "비례대표 명단을 수정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날 오후로 예정된 중앙위에서도 또 한 차례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전에 열리는 비대위에서 일종의 중재안을 마련하더라도,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김 대표의 '전제군주식'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사태는 자칫 김 대표의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더민주는 이날 컷오프(공천배제)로 탈락한 문희상 의원과 백군기 의원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더민주는 당규 개정 등을 통해 컷오프 됐다 하더라도 당대표가 전략공천을 할 경우에는 공천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새롭게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