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장서 사측과 사무금융노조 대립 팽팽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몸싸움과 욕설’. 국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18일 오전 국회와 같은 여의도에 위치해 있는 대신증권 정기 주주총회장에는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어디가 국회인지, 주총장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였다.
이날 오전 9시,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11층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주총장 밖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사측이 부른 경찰 2명이 배치돼 있었다. 주총장 안에서는 시작 전부터 주주들의 기싸움이 팽팽했다.
장내 한 켠에서는 오너일가 경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노란 종이도 등장했다. 종이에는 ‘노조원 부당해고에 대해 반대한다’, ‘오너일가 경영에 대해 반대한다’ 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주총이 시작되자 안건 통과 과정 부터 순탄치 않았다. 오너일가의 높은 보수, 직원 부당해고 등에 항의하는 일부 주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주총장 내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사측은 일부 주주들의 송곳 질문에 진땀을 빼야했다.
주주 입장으로 주총장에 들어온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은 "대신증권 오너일가의 보수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오너 일가가 높은 보수를 받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질문했다.
다른 주주 역시 "대신증권 직원들의 연봉은 업계 평균 이하인 반면, 대주주 일가의 연봉은 업계 상위 수준"이라며 "경영 및 성과가 직원, 대주주, 일반 주주 등 모두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대신증권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측은 "오너 일가의 보수는 대신증권 뿐 아니라 관계회사의 경영 성과 등을 모두 종합에 책정된 것"이라며 "증권사마다 성과제도, 목표 지향점이 모두 다른 만큼 보수를 놓고 이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추가 질문 없이 안건 상정을 빨리 처리하려는 사측과 발언권을 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사측을 압박하는 일부 주주들과의 충돌이 팽팽했다. 단상에 선 나재철 대표는 주총 진행이 계속 가로 막히자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노조 관계자로 보이는 한 주주는 "주총장에 앉아있는 대부분이 대신증권 직원들"이라며 "직원들로 채운 주총장에서 하는 주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의했고, 또 다른 주주는 "노조 관계자가 주총장에 들어와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감사ㆍ영업보고 외에 ▲제55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개정의 건 등 의안이 상정됐다.
안건은 대부분 표결 없이 주주들의 박수로 찬성 가결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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