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연루 지도자·선수 영구 제명
비리 연루 대학 운동부 출전금지·지원금 삭감
해당 학생 입학 취소…학부모도 처벌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체육특기자 입학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문체부와 교육부, 경찰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한체육회 등이 참여한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특별전담팀(TF·팀장 문체부 김종 제2차관)'은 15일 고질적인 체육특기자 입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경기실적증명서 발급체계 개선 및 비리관련자 영구제명 등 이전보다 강화된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체육특기자 입학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해 보다 객관적인 입학전형을 실시하도록 하는 사전 예방적 조치와 함께, 입학비리 적발 시에 관련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사후 제재조치로 구분해 실시한다.
◇사전 예방 대책
▶입학전형 과정의 평가 객관성 강화
입학전형 시 경기실적 등 최대한 객관적인 요소를 위주로 평가하도록 해 실기와 면접 등 정성적 평가 요소를 최소화하고, 정성평가에도 일정비율 이상의 외부인사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대학 모집요강에도 각 대학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인원을 종목별, 포지션별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축구, 야구 등 대회 수가 많은 종목에 대해서는 대학 입학관계자가 학생선수의 경기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종목단체가 각 대회의 참가팀 수와 인원 및 기간 등 세부 정보를 대학에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실적증명서 발급 개선
대입전형 과정에서 경기실적증명서는 핵심적인 평가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목단체는 경기실적 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증명서를 수기로 발급 하는 등 경기실적 조작이나 위·변조 등에 대한 방지체계가 미흡하여 평가 과정의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대책에는 경기실적증명서의 문제점을 보완, 경기실적 기록 시점부터 입력·관리, 발급, 대학에 제출하는 시점까지 경기실적증명서 관리의 전체 과정을 개편하여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다. 앞으로는 ▲경기기록 현장 확인 ▲경기실적 입력 및 상급자 재확인 ▲수기 발급 종목은 온라인 증명서발급시스템 도입 ▲대학입학관계자의 경기실적증명서 원본 확인 등 전 과정을 상호 점검하고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부정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다.
단체성적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이 반영된 경기실적증명서를 발급하는 단체종목을 기존 3개 종목(야구·축구·농구)에서 배구, 핸드볼 등 12개 종목으로 확대하고, 온라인사이트(sportsg1.or.kr)를 통해 발급 절차를 일원화해 이용자의 편의성도 높이기로 했다.
▶경기동영상 제공을 통해 평가 공정성 강화
평상시에 선수에 대한 정보를 상시 공개하기 위해, 누구나 주요 대회의 경기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누리집(홈페이지)을 구축하여 운영한다. 대한체육회는 경기 동영상 누리집을 제작하고, 농구, 축구, 야구 등 시범사업 종목단체는 주요 대회의 경기 동영상을 촬영하여 누리집에 등록·공개할 예정이다.
▶학교 내 운동부 비리 발생 시 종목단체에 통보 의무화
그동안 학교에서 초·중·고교 운동부 지도자의 비리가 발생한 경우, 학교운영위원회가 당사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학교가 해당 종목단체에 지도자의 비리 사실 등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함으로써 종목단체가 비리 사실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계할 수도 있도록 했다.
▶지도자·학생·학부모 인식 개선
초·중·고교 및 대학 운동부 지도자와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입학비리 근절 관련 내용을 이수 필수과목에 반영해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생선수의 학부모가 비리에 연루될 소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학부모에 대해서도 입학비리 예방교육을 실시, 경각심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사후 제재조치
▶대학교 운동부의 대회 출전정지
그동안 입학비리가 발생하는 경우, 감독과 선수의 개인 비리 차원에서 접근, 운동부 자체에 대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체육특기자 입학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상호 책임감과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주요 체육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입학비리가 발생한 대학교 운동부에 대해서는 대회 출전을 일정 기간 정지하기로 했다.
입학비리가 발생한 대학교의 운동부는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 리그·토너먼트 대회와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주최 종목(배구·축구·농구) 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다.
▶입학비리에 한 번이라도 연루되면 영구제명('원 스트라이크 아웃' 적용)
입학비리를 주도한 지도자와 학생선수에 대한 영구제명 조치를 통해, 아마추어와 프로 영역을 불문하고, 관련자들이 다른 활동이 불가능하도록 하여 스포츠계에서 사실상 퇴출되도록 하였다. 이는 입학비리가 대학 입학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제명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처벌은 스포츠업계의 자정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여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입학비리 학생선수를 해당 대학교에서 입학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대학교 학칙에 반영하기로 했고, 학부모에 대해서도 배임수증재죄 등을 적용하여 강력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체육특기자 입학과정에서 부정경쟁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종목단체에 대해 특정감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입학비리 연루 대학교 모집정지 및 지원예산 삭감
입학비리 연루 대학교에 대해서는 고등교육법에 근거하여 비리 정도에 따라 정원의 10% 이내에서 모집 정지 및 지원 사업 중단·삭감 등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현행과 같이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소속 대학에 대한 운동부 지원금(40억 원)도 입학비리 발생 대학에 대해서는 전액 삭감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대책은 체육계가 공정한 사회를 이끌어 나가도록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대책"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속도감 있게 대책을 마련했고 관련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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