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신 무국적 아세마니, 여성 체육 제약에 벨기에行
집배원 생활하며 꿈 키워
선발전 우승…IOC서 구제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라헬레 아세마니(27)는 여자 태권도 선수다.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국적이 없다. 난민 신분으로 벨기에에서 산다. 그래도 그는 희망에 부풀어있다. 오는 8월 6~22일(한국시간)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아세마니는 지난 1월 1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유럽 선발전 여자 57㎏급 결승에서 수비 미코넨(28·핀란드)을 7-4로 꺾고 우승했다. 이 대회 체급 1,2위에게 올림픽 출전권 줌에 따라 아세마니는 '무국적 선수'로 출전 길이 열렸다.
아시아 출신인 아세마니가 유럽 예선을 거쳐 올림픽에 나가는 배경에는 난민 선수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이 있었다. IOC는 지난해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스포츠가 '지속가능개발목표'에 포함되자 난민 신분인 선수들을 구제하는데 집중했다.
스포츠가 여성과 젊은층, 개인과 집단, 건강, 교육, 사회 통합 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UN의 방침에 부합한 결과다. 안건은 2030년까지 건강한 삶과 양질의 교육 보장, 빈곤과 불평등 해소, 양성평등 달성, 기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열일곱 가지 개발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포함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63·독일)은 "관용과 연대, 평화 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UN 회원국과 함께 목표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난민 선수에게도 올림픽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국제경기단체들을 독려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권고를 받아들였고, 아세마니가 난민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아세마니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내게로 왔다. 올림픽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꿈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체조 선수를 하다 2000년에 아버지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했다. 실력이 뛰어나 이란 대표 선수로 뽑혔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62㎏급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이슬람 문화에 부딪혔다. 훈련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많았고, 국제대회에 출전도 조건이 까다로웠다. 실력에 비해 기회가 부족하다는 한계로 고민하다 2012년 벨기에로 갔다. 난민 자격을 얻은 그는 이곳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며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가능성을 열었다.
IOC 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 아세마니와 같은 처지의 선수들로 구성된 '난민 팀'을 만들어 리우 올림픽 출전을 돕겠다고 했다. 구성될 팀의 공식 명칭은 'Team ROA(Team of Refugee Olympic Athletes for the Olympic Games Rio 2016)'. 이미 각국 올림픽위원회를 통해 난민 엘리트 선수들의 현황을 파악해 후보자 마흔세 명을 확보하고, 올림픽 연대(Olympic Solidarity)와 난민 지원기금 200만 달러(약 24억 원)를 조성해 이들을 돕고 있다. 오는 6월 열릴 집행위원회에서 기량과 개인적인 상황, 배경 등을 고려해 올림픽에 나갈 선수 5~10명을 추릴 계획이다.
난민 팀은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앞세우고 마지막 순서인 개최국 브라질 직전 순서에 입장한다. 시상식에는 오륜기와 '올림픽 찬가'를 사용한다. IOC에서 선수단장과 코치, 선수지원단은 물론 여행 경비를 포함한 비용을 모두 지원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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