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세력과 위안화를 놓고 '환율전쟁'을 벌이던 중국이 1차 방어전에 성공한 듯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던 월가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8월 이후로 최소 5억6200만달러(약 6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6위안 아래로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줄줄이 계약 만기를 맞아 투자 원금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으로 3개월 이내 계약이 끝나는 옵션 규모도 8억700만달러(약 9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이는 위안화 약세에 베팅한 헤지펀드 세력이 입은 손실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을 비롯해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업주인 카일 배스 등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들은 지난해부터 위안화 약세를 점치고 강한 베팅에 나섰다.
이에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종종 개입하거나 자본 유출을 통제하고, 심지어 통화 정책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구두 캠페인까지 펼치면서 헤지펀드 세력과의 전면전을 벌여왔다.
스위스 소재 자산운용사 노츠 스터키&씨에의 힐미 언버 대체투자부문장은 "중국은 위안화에 대한 통제력을 갖기를 원하며 그 어떤 세력도 위안화 움직임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경제 중국의 정책 당국과 환율을 놓고 겨루는 게 가치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위안화 약세 베팅 세력은 포기하느냐 혹은 비용을 지불하며 위안화 약세를 기다릴 것이냐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진단했다.
위안화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애덤 로드먼 세그라 캐피탈 매니지먼트 매니저는 "위안화 약세에 베팅해 지난해 11월 일부 포지션을 쌓았지만 노출을 줄이지 않았다"며 "아직 손실을 입지 않았고 향후 18개월 내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이 테오 ABN암로 선임 투자전략가는 "현 시점에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이유가 딱히 없다"며 "위안화 가치는 올 연말까지 3% 정도 하락해 달러당 6.7위안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찰리 챈 스플렌디드 아시아 매크로 헤지펀드 설립자는 "위안화 약세 베팅 세력은 중국 정부의 통제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최근 들어 3조20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3배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누구도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베팅에서 막대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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