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신라의 천년고도' 경북 경주는 4ㆍ13총선을 앞두고 '용산참사' 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다.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참사에서 진압을 지시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철거민 측 변호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가 맞붙으면서 단번에 이번 총선 관심지로 떠올랐다.
다만, 양측간 빅매치는 김 전 청장이 우선 높디높은 새누리당 경선의 벽을 넘어야 가능해진다.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북 경주에는 8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새누리당 소속 정당인 김원길씨와 이주형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이중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감사, 정종복 17대 국회의원, 김석기 전 청장, 정수성 의원 등 6명이 예비후보로 뛰고있다. 이 가운데 김원길 예비후보를 제외한 5명이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
이에 맞서 이상덕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과 무소속 권영국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주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텃밭이지만, 역대 선거에선 여러차례 무소속 돌풍이 불었다. 15대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일윤ㆍ임진출 전 의원이 당시 갑ㆍ을로 나뉜 경주 전역을 석권했고, 16대 총선에서도 무소속 정종복 후보가 30%가 넘는 득표율로 당시 당선된 김일윤 전 의원을 위협했다. 2009년 재보궐선거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수성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정종복 전 의원을 꺾었다. 당내 공천불복이 무소속 돌풍의 주역이었다.
이번 총선도 새누리당 공천이 선거판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인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은 경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재선에 성공했고, 이번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정종복 전 의원도 옛 지역구 탈환에 나서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청장은 현 정부에서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분류된다. 그의 선거 캠페인도 "경주발전은 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한 김석기가 책임지겠다"며 박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 의원은 '힘 있는 3선의원'으로, 정 전 의원은 '경로당 주치의제도' 등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무소속 출마한 권 변호사는 용산참사 변호를 비롯해 각종 거리집회에 참석하며 유명세를 탔다. 권 변호사는 "용산참사 살인진압 주범 김석기 새누리당 예비후보를 잡으러 경주로 가겠다"며 본선에서 김 전 청장을 벼르고 있다. 더민주 이상덕 예비후보는 "일당독식의 폐해를 단절해야 한다"며 험지에 뛰어들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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