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하철 안전 비상]잇딴 고장·사고 뒤엔 '비정규직의 눈물'

시계아이콘02분 1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지하철 안전 비상]잇딴 고장·사고 뒤엔 '비정규직의 눈물'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 사진=아시아경제DB
AD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메트로 전동차 정비 용역업체 직원 A씨는 얼마전 작업 도중 누군가 갑자기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감전사할 뻔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기관 소속 정규직들과 A씨같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 다치거나 다칠 뻔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다른 문제도 있다. A씨같은 비정규직들이 안전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장비 구입ㆍ낡은 부품 교체를 요구해도 '말 빨'이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A씨는 "원청들이 비용만 따지면서 비정규직들의 말은 무시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정비를 맡은 자회사소속 B씨는 '원청'인 공사 측이 자신들의 정비 잘못을 자회사에 전가시킨다고 호소했다. 정비를 다 끝냈는데도 냉방이 잘 안 되서 모터까지 다시 한 번 교환을 한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정규직이 담당한 신호ㆍ제어 부문에서 선을 잘못 연결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원청은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서울 지하철 고장 사고의 이면에는 비정규직의 '눈물'이 자리잡고 있다. 워낙 전동차와 설비가 낡은 탓도 있지만, 서울시가 2008년부터 전동차 정비를 용역업체ㆍ자회사 비정규직들에 외주를 맡기면서 정비 부실로 인한 각종 고장ㆍ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정비 용역 외주화


서울 지하철 전동차의 정비를 비정규직이 맡게 된 것은 오세훈 전 시장 때 일이다. 오 전 시장은 '창의혁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규직 감축을 명분삼아 전동차 경정비를 외주화시켰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2008년부터 외부용역업체를 선정해 매일 또는 3~18개월 주기로 실시하는 전동차 소모품 검사 및 교환 등 경정비를 맡기고 있다. 해당 용역업체에는 서울메트로에서 명퇴한 전적자 38명과 자체 채용자 등 102명이 연간 계약을 맺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0년부터 자회사를 설립해 4년마다 실시하는 전동차 중정비 일부와 소모품 교체 등 경정비 일체를 위탁하고 있다. 이 자회사는 30명의 전적자와 132명의 자체 채용자 등 162명이 일하고 있다.


▲외주화, 정비부실ㆍ안전사고로 이어져


이같은 정비업무 외주화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정비 부실과 잇딴 현장 안전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21~30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정비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노동자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비 부실과 잦은 현장 사고의 현실이 잘 나타나 있다.


응답자 중 88.5%가 "최근 최적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제대로 되고 있다는 응답자는 11.5%에 그쳤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고정된 인력에 늘어나는 업무량'(7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2위는 '원청(본사)과의 소통과 협업부족'(55.5%)이었다. 정비업무에 필요한 비상대응 등 직무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98.4%가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교육ㆍ훈련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교육할 시간과 인력부족'(46.8%), '교육시스템 부재'(22.0%), '비정규직에 대한 무관심'(13.7%), '비용절감'(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들의 근무 환경도 매우 열악했다. 최근 3년간 업무량과 강도가 늘었다는 응답이 85.2%였다. '차량노후화'와 '업무의 임의적 전가'가 45.0%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작업도중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부상당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41.5%로 절반에 가까웠다. 직업에 만족하는 노동자는 12.7%에 불과했고, 이직을 고려했다는 응답이 93.6%에 달했다.


[지하철 안전 비상]잇딴 고장·사고 뒤엔 '비정규직의 눈물' 지하철 고장



▲정규직과의 차별ㆍ소통 부재 심각


특히 정규직들과 의사 소통이나 정보 전달 부재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뻔 했던 적도 많았다. 응답자 중 48.3%(58명)이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이어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답변은 94.5%(120명)에 달했다. 또 93.7%가 "핵심 업무를 하지만 대우를 받지 못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휴가나 병가 조퇴를 사용할 때 눈치가 보여 못 쓴다는 사람도 94명(74%)이나 됐다. 정비에 필요한 장비ㆍ부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도 90.5%(114명)이나 됐다.


▲ 정규직들도 "소통부재로 작업 어렵다" 공감


이같은 비정규직들의 호소에 정규직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이 연구위원이 서울메트로ㆍ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정규직 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작업도중 소통 부재로 비정규직들이 다치거나 다칠 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1%(48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정규직들도 대다수(125명ㆍ80.2%) 외주업체ㆍ자회사 소속 비정규직들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비정규직들이 직영으로 전환되더라도 업무 차질이 없을 것(103명ㆍ66.5%)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비업무를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128명ㆍ82.1%)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이영수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외주정비 운영체계는 차량노후화가 심각한 서울지하철 전동차 정비를 최적으로 유지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지하철 안전을 보장하고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동차 정비 외주 직영화를 빨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