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에는 붉은 벽돌의 집이 한 채 있습니다. 바로 '딜쿠샤(Dil Kusha)'입니다. 힌디어로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인 딜쿠샤는 1923년 미국 AP통신사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지었죠.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과 제암리 학살 사건을 보도한 기자입니다. 테일러는 반일 활동을 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간 옥고를 치루기도 했습니다.
테일러 가족은 1942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20년 동안 붉은 벽돌집 '딜쿠샤'에 거주하며 조선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렸죠.
하지만 '딜쿠샤'는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귀신 나오는 집'으로 불리기도 했었는데요. 정부가 관리를 포기하는 바람에 그동안 쪽방촌 형태로 15가구 26명이 무단점유해 살고 있습니다.
'딜쿠샤'라는 이름을 되찾게 된 것은 테일러 부부의 아들 브루스가 한국을 방문해 딜쿠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관련 자료들을 서울시에 기증하면서부터입니다.
'딜쿠샤'는 영국과 미국의 주택양식이 절충돼 있는데요. 평면구성과 외관이 독특해 일제 강점기 근대건축의 발달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정부는 서울시는 '딜쿠샤'를 국가 문화유산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원형 복원을 마친 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고 합니다.
3·1 독립운동에 기여한 '딜쿠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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