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투구서 시속 135㎞ 기록. 주무기인 체인지업-슬라이더 부활 관심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 이제 변화구만 던져 보면 안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29)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23일(한국시간)에는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포수를 앉혀둔 채 공을 서른 개 던졌다. ‘불펜투구’. 모두 직구였고 공 빠르기는 시속 135㎞ 안팎이었다.
불펜투구는 매우 상징적인 훈련 과정이다. 지난해 5월21일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한 뒤 수행해 온 재활 훈련의 마지막 과정이자 투수로서 복귀를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수술 이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어깨 보강, 어깨 마사지 등 재활 훈련을 순조롭게 해 왔다.
류현진은 투구를 마친 다음 ‘정상적인 통증’만 느꼈다고 한다. 그는 “구위나 제구가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62)는 “류현진이 시간이 갈수록 힘이 좋아지고 있다. 마지막에 던진 공 예닐곱 개는 류현진다운 투구였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투구를 데이브 로버츠 감독(46)과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40)도 지켜보았다. ‘MLB.com’은 “그의 투구는 감독과 단장을 기쁘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LA타임즈와 인터뷰하면서 “류현진이 시즌 첫 주에 등판하긴 어렵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다른 투수들에 비해 2주 정도 뒤처졌다. 그러나 재활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어 무리해서 공을 던지게 하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에게는 앨릭스 우드나 마이크 볼싱어 등 선발투수들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이 변화구를 던져 보면 더 분명하게 복귀 가능성과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현재는 재활 프로그램에 따라 투구 거리를 늘리고 구속도 올리는 단계다. 어깨와 팔꿈치에 부담을 주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변화구를 던지고도 문제가 없다면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의 무기는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이다. 모든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었기에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제압했다. 특히 류현진이 2013~2014년 2년 연속 시즌 14승을 거둘 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큰 역할을 했다.
류현진은 야구지능이 높고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체인지업은 국내 프로야구 한화 선배인 구대성(47)에게서 배웠고, 슬라이더는 다저스 동료이자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28)의 조언을 듣고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류현진의 직구 빠르기는 시속 150㎞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변화구를 워낙 정확하게 던지고 속도 조절을 잘하기 때문에 타자는 기록에 찍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느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류현진은 기교파 투수에 속하고, 변화구는 ‘필살기’와 다름없다. 그러므로 류현진이 변화구를 두려움 없이 던진다면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어깨 수술 이후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점, 둘째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할 준비가 됐다는 점이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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