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감시설 폐쇄계획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관타나모 수감시설을 폐쇄하고 이곳에 수용된 테러용의자들을 미국내 군사기지와 교도소 등으로 옮길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타나모(수감시설)는 테러 대응에 필요한 동맹국이나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 관계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이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우리(미국)의 가치에 배치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좁힌다"고 강조했다.
관타나모 테러 수용시설은 미국 영토내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을 정식 재판도 없이 장기 구금하거나 고문까지 자행, 인권 침해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의식,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자신의 주요 대선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달 국정연설에서도 "관타나모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불필요하며 우리의 적들이 가담자를 모을 때 홍보용으로만 쓰인다"고 주장했다. 현재 관타나모에는 91명의 테러용의자가 수감돼 있고, 그 중 35명은 올 여름까지 다른 나라로 이송될 예정이다.
반면 미국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인 공화당은 관타나모 시설 폐쇄와 수용자들의 미국 본토 수용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전 비용에 따른 추가 비용이 더 많고 테러용의자의 미국 내 이전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공화당 다수의 주장이다.
공화당의 맥 손버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즉각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테러용의자를 미국으로 옮기는데 따른 위험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공약을 지키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관타나모 폐쇄 계획이 당분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둘러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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