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고무열(25)이 전북 현대로 이적하고 첫 선을 보였다. 골문 앞에서 침착해진 자세와 넓은 지역을 오가는 움직임은 작년 고무열과 비교해 분명한 차이를 만들었다.
고무열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FC도쿄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이적 후 데뷔골을 터트렸다. 전북은 고무열과 이동국의 골로 2-1 승리했다.
고무열은 전반 39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로페즈가 밀어준 패스를 받아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반대편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전북으로 이적한 후 공식경기에서 맛보는 첫 골이었다.
고무열의 활약상은 단순히 골 만이 아니었다. 왼쪽 공격수로 나왔지만 한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후방 2선과 3선까지 내려가서 미드필더 진영에서 도쿄의 패스 플레이를 끊었다. 전북의 공격이 더디던 전반 초반에는 직접 공을 몰고 나오면서 길을 만들기도 했다.
주변 동료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고무열은 측면까지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김보경과 자주 자리를 바꾸면서 도쿄 수비진에 혼란을 줬다. 전반 12분에는 중앙 미드필더 지역까지 간 뒤 프리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득점 찬스에서 보여준 마무리 능력은 고무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로페즈의 패스를 받아서 상대 수비수가 뛰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확히 골문 왼쪽 구석을 노려 차서 마무리했다.
후반전에도 고무열은 많이 뛰었다. 왼쪽 라인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공격과 수비에 힘을 보탰다. 후반 6분에는 자신감을 갖고 수비수 두 명 사이를 개인기로 돌파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수비에 막혔다.
고무열은 포항에서 뛰던 시절 황선홍 전 감독의 후계자로 '리틀 황새'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렸다. 하지만 2% 부족한 득점력과 순간 판단력 등으로 그의 성장세는 더뎌 보였다. 황 감독도 포항을 떠날 당시 "고무열이 아쉽다"고 했다.
고무열은 전북에 오고 첫 공식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앞으로 달라질 조짐을 보였다. 포항에서 달던 18번도 그대로 달고 나와 골망을 갈랐다. 고무열에게도, 많은 공격 옵션을 가지고 싶어하는 전북에도 수확이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