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불법 이민 추방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공화당 대선 유력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에대해 교황이 멕시코의 ‘하수인’이 됐다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으로부터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에 관련한 질문을 받자 "어디에서건 다리를 만들지는 않고 장벽만을 지을 생각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또 ”이는 복음에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트럼프와 같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멕시코 방문 중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려다 숨진 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를 직접 집전하기도 했다. 이와같은 연상 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강력한 대응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성범죄자들’이라고 비하하는 한편 자신이 집권하면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는 한편 멕시코와의 국경엔 차단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한편 개신교도인 트럼프는 이같은 교황의 비판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발끈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 유세 도중 “멕시코 정부가 교황에게 ‘트럼프는 나쁜 사람’이란 엄청난 말을 한 것”이라면서 “교황은 멕시코 정부의 일방적인 말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멕시코는 교황을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역공했다.
트럼프는 또 “종교 지도자가 다른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기독교가 계속 공격 받고, 또 약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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