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이제 감을 잡은 걸까. 서울 이랜드FC를 이끌고 두 번째 시즌을 앞둔 마틴 레니 감독(41)의 표정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난다. 지난 시즌은 상처가 남았지만 교훈도 얻었다. 창단 첫 해 승격을 노렸던 서울 이랜드는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와 3-3으로 비겨 승격에 도전할 기회를 놓쳤다. 그대로 이랜드의 첫 시즌도 마무리됐다.
아쉬웠지만 과정에서 해답을 얻었다. 레니 감독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경험이었고 배울 점도, 느낀 점도 많았다"면서 "새로운 시즌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집중하면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처음이었다는 핑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K리그 2년차 레니 감독과 서울 이랜드도 진검 승부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목표인 승격을 이뤄야 한다. 레니 감독은 자신 있다. 스스로를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이랜드, 우리는 강해집니다"
겨울동안 서울 이랜드가 내놓은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이랜드의 전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랜드는 조원희(33)를 수원으로, 황도연(25)을 군 복무 문제로 안산 경찰청으로 보냈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조원희의 공백은 커보였다. 하지만 이랜드는 자신들 만의 구상을 갖고 신념 대로 영입했다. 강원에서 벨루소(28)가 왔고 전북에서 풀백 이규로(28)가 가세했다.
이랜드는 앞으로 중앙과 측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수비수를 더 영입할 계획이다. 레니 감독은 기왕이면 경험이 많은 베테랑 수비수를 원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 시기와 대상도 조율 중이다. 이 작업까지 완전히 마무리되면 이랜드는 올 시즌 충분히 선두권에서 경쟁하리라고 본다.
▶ 레니 감독 : 한국의 여러 리그 사이의 수준차는 크기 않다. 선수들 간의 실력 차이도 적다. 큰 차이가 없기에 감독이 원하는 시스템의 선수를 충분히 팀을 잘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작년보다 올 시즌의 스쿼드가 훨씬 강하다.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증명하면 된다
레니 감독은 공격 쪽에 삼각편대를 고려하고 있다. 최전방에 주민규, 좌우에 타라바이, 벨로소가 서는 형태다. 이들의 위력은 기록을 통해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득점 순위 10위 안에 들었던 세 명이다. 주민규(26)는 스물세 골(2위), 타라바이(31)는 열여덟 골(5위), 벨루소는 열다섯 골(7위)을 기록했다. 셋이 합하면 쉰여섯 골이다. 올 시즌도 이대로만 넣어주면 이랜드에 골가뭄은 없을 전망이다. 올해 이랜드가 특별히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바로 수비다. 남해 전지훈련에서도 수비 조직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 레니 감독 : 우린 지난 시즌 두 번째로 득점력이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수비에서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동계훈련에서는 수비 조직력과 뛸 수 있는 파워 등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그러면 공격도 수비도 좋아지는 팀이 될 것이다. 또한 공격에는 챌린지 득점랭킹 상위권에 드는 선수가 세 명이 있다. 아직 스쿼드에 빈 자리가 있어 남은 기간에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를 데려올 수도 있다. 기존의 선수들도 내 축구에 적응했고 나 역시 한국 축구에 적응했기 때문에 분명 작년보다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다.
◇ "더 발전할 주민규와 손흥민의 특별함"
주축 공격수 주민규에 대한 레니 감독의 믿음은 강하다. 이랜드는 겨울이적시장 내내 최전방 공격수 영입설이 많았다. 레니 감독은 부인하면서 꼭 주민규의 이름을 불렀다. "주민규가 있으니까 우리는 영입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다. 레니 감독은 주민규가 올해 더 성장한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감을 잡은 그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레니 감독 : 주민규는 더 발전할 수 있다. 포지션을 미드필더에서 지난 시즌에 공격수로 바꾼 뒤 잘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됐다. 나 역시 한국에 적응했기 때문에 주민규에게 더 많은 것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다. 주민규가 올 시즌에 서른 골을 넣으면 두 시즌 동안 쉰 골을 넣은 K리그 최초의 선수가 될 것이다. 정말로 이뤄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레니 감독은 평소 한국 축구에 대해 조언을 자주 한다. 이번에는 주민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한국 공격수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보다 창의적인 움직임과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전에 울리 슈틸리케(62)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선수들은 너무 착하다"며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강심장이 필요하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상적인 사례로 손흥민(24·토트넘)을 이야기했다. 손흥민은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고 그의 경기 방식은 다른 공격수들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니 감독에게도 손흥민은 한국 선수들 중에서도 특별한 케이스였다.
▶ 레니 감독 : 한국이 세계 10위 안에 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것들이 변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 선수들은 신체, 기술적으로도 좋다. 빠른 속도를 가졌지만 최고 속도는 폭발적이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속도로만 달리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야외 훈련과 함께 체육관에서 하는 실내 훈련을 했으면 좋았을 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손흥민을 보면 일대일 상황도 직접 만들고 돌파하며 상대의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움직임을 한다. 그런 부분이 팀에는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점이 부족하다.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패스 훈련이 너무 많다. 일대일로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일대일 돌파도 하고 수비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창의적인 움직임이나 마무리가 부족한 부분도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데 이 점도 한국 선수들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
◇ "올해 이랜드는 이기는 축구도 합니다"
레니 감독은 올 시즌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의미가 있는 공언이었다. 이랜드는 지난 시즌 공격적인 색깔이 있었다. 마흔 경기에서 예순아홉 골로 챌린지팀들 중 다득점 순위 2위였다. 많은 골을 넣고도 챌린지 순위는 4위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불안한 수비가 한몫했다. 공격적이고 골이 많이 터지면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다보니 반대로 성적은 생각만큼 안 나왔다. 4위라는 순위는 나쁘지 않지만 이랜드의 진짜 목표인 승격을 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랜드는 올 시즌 "우승을 하려면 수비를 잘해야 한다"는 스포츠계의 명제를 따르려고 한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공격도 잘하면서 수비를 튼튼히 해 챌린지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 레니 감독 : 내가 가장 원하는 축구는 공격적이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축구다. 지난 시즌에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가져가야 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한 축구지만 이길 수 있는 축구도 해야 한다. 수비조직력과 선수들의 전환 속도, 고강도로 선수들이 움직여 줄 수 있는 부분을 키워가고 있다.
레니 감독은 승점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기록을 통해 청사진을 그려놨다. 슬로우스타터를 극복해야 하고 이랜드가 약했던 시기를 분석해 이에 미리 대비하려 한다. 또한 원정보다 홈에서 안 좋았던 경기력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 레니 감독 : 지난 시즌이 마무리됐을 때 우리는 1위와 승점차가 6점 밖에 나지 않았다. 매우 근소한 차이다. 되돌아보면 우리가 초반 다섯 경기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고 하반기가 시작될 때, 시즌 막바지에도 승수를 잘 쌓지 못했다. 올 시즌은 출발을 잘해야 한다.
홈에서도 더 잘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홈 승률이 좋지 못했다. 아직은 명확하게 순위나 승점을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프리시즌과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조직력을 다지고 강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팀을 만들려 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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