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 소풍날에는 비가 참 많이 왔다. 소풍 전날까지만 해도 햇볕이 쨍쨍하다가 소풍 당일만 되면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학교터가 원래는 공동묘지였고 그래서 우리가 소풍 갈 때가 되면 귀신들의 눈물 때문에 비가 온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지금에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일기 예보들을 토대로 소풍날을 잡지만 그땐 그렇지 못했으니 소풍 가는 날에 봄비, 가을비가 내렸던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야 학교에서 평소에도 현장 체험학습을 나가고 주말에도 부모님들과 함께 여행 다닐 일이 많으니 소풍을 기다리지 않겠지만 그땐 학교에서 가는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가는 기쁨도 있었지만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과 소풍 가방에는 나만을 위해 가득 담긴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막내라서 누리는 특별한 한 가지, 바나나 한 개!
지금 아이들에게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땐 소풍날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였으니 소풍날 비가 오면 안 될 일이었다. 비로 인해 소풍이 연기되면 엄마의 도시락도 연기되고 가방 속 과자와 음료수도 소풍날까지 연기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소풍이 아니어도 김밥도 유부초밥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날이 되었으니 오늘은 어릴 적 소풍날을 떠 올리며 김밥보다 더 특별했던 유부초밥도시락을 만들어 본다.
유부도시락
주재료(2인분)
유부초밥세트 1봉지, 밥 2.5공기, 메추리알 4개, 방울토마토 4개, 나무 꼬치 약간, 불린 표고버섯 1장, 일반유부 4장, 소금 약간, 식용유 약간
양념재료
간장 1, 맛술 1, 설탕 0.5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밥에 유부초밥세트에 들어 있는 초밥초와 채소를 넣어 섞는다.
2. 메추리알은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아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껍질을 까고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하고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굵게 다지고 유부는 잘게 다진다.
(Tip 일반 유부는 따로 없다면 생략해도 좋다. 유부 대신 달걀을 스크램블로 익혀서 넣어도 된다.)
3. 냄비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끓여 표고버섯과 유부를 넣어 3분 정도 조린다.
4. 양념된 유부에 밥을 조금씩 채워서 유부를 접어 동그란 공 모양으로 만든다.
5. 남은 밥에는 조린 표고버섯, 유부를 넣어 섞는다.
6. 작은 크기의 유부초밥을 메추리알과 방울토마토와 함께 꼬치에 꽂고 남은 재료를 섞은 것은 주먹밥을 만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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