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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빅쇼트', 과거의 공포 해부하는 거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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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베일 주연,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다뤄
어려운 경제용어 많이 나오지만 연극처럼 관객에 직접 설명해 해결

[이종길의 영화읽기]'빅쇼트', 과거의 공포 해부하는 거친 손길 '빅쇼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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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빅쇼트'의 배경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다.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인해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한 시기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연쇄적인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부동산, 주식, 채권 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주택시장에서 약 5조달러(약 6002조5000억원)가 증발했다. 이 돈은 투자은행들이 나눠가졌다. 미국 정부가 양적 완화를 통해 쓰러져가는 투자은행과 부동산을 살렸다. 빚을 갚는 건 금융회사들의 몫이 아니다. 미국 국민의 부채다.

영화는 과거의 공포를 낱낱이 해부한다.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시장의 몰락을 예측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 펀드매니저들의 실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포장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 '미운오리새끼'였거나 무시를 당한 사람들이다. 결점도 많다. 시장 붕괴를 가장 먼저 예견한 캐피털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렵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시스템을 불신하는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커렐)에게는 비극적인 가족사가 있다.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 재러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동료들에게 비관론자라고 놀림을 받는다. 전직 트레이더 벤 리케르트(브래드 피트)는 은행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진저리를 치고 시골마을에 은둔한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빅쇼트', 과거의 공포 해부하는 거친 손길 '빅쇼트' 스틸 컷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확신한다. 이 판단을 근거로 거침없이 투자해 큰돈을 번 다음에는 죄책감을 느낀다. 리케르트는 환호하는 새내기 자산관리사 찰리 겔러(존 마가로)와 제이미 시플리(핀 위트록)를 꾸짖는다. "방금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데 돈을 걸었어.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없지.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애덤 매케이 감독(48)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들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그런데 카메라의 초점을 이들이 영웅이 되는 과정에 맞추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금융위기를 왜 막을 수 없었는지 추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을 상업영화의 포맷으로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어려운 경제용어가 나올 때마다 자막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매케이 감독은 TV 풍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메인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영상 실험을 했다. 이 경험이 빅쇼트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열쇠가 됐다.


그는 영화에 연극적 요소를 과감하게 삽입했다. 연극에서는 배우가 관객에게 즉흥적으로 말을 건네도 장면의 진실이 파괴되지 않는다. 빅쇼트는 관객에게 여러 차례 말을 건다. 화자는 주인공 뿐이 아니다. 배우 마고 로비(26), 셀레나 고메즈(24)와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71), 세계적인 셰프 앤서니 부르댕(60) 등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 거품목욕, 해산물 스튜 요리, 카지노 블랙잭 게임 등 다채로운 장면에서 어려운 경제용어를 설명하거나 특별한 상황을 해석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 신들은 관객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며 주제의식을 분명히 하는데 일조한다. 고슬링은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관객을 똑똑한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빅쇼트', 과거의 공포 해부하는 거친 손길 '빅쇼트' 스틸 컷


배리 애크로이드(62)의 촬영도 비판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한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사무실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를 배우의 앞이 아니라 한쪽 구석에 설치하고 롱 렌즈를 사용했다. 그 결과 화면이 월스트리트를 소재로 삼은 기존 영화들과 달리 근엄하거나 차갑지 않다. 관객은 사무실 안에서 배우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간간이 등장하는 뉴스 화면이나 사진으로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도 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큰 아픔을 겪은 관객이라면 이런 컷들은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의 루도비코 프로그램처럼 섬뜩하게 다가갈 것이다. 관련이 없었어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옥에 티마저 이야기의 배경을 현재로 느끼게 한다. 카지노 신에 등장하는 한 남성은 미국프로농구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수(클레이 톰프슨ㆍ26)의 유니폼을 입었다. 톰프슨이 골든스테이트에 입단한 해는 2011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뒤다. 물론 월스트리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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