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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재계 입법촉구 서명 운동, 이름 석자에 실린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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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이 정부부처와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서명 운동은 26일 1주일을 넘기며 오프라인 서명자 수만 약 7만여명, 온라인 서명 동참자 수는 25만명을 넘었다.


시작부터 이번 서명 운동은 논란이 많았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적 사안에 정부가 기업에게 다시 한번 손을 벌렸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을 기업들에게 떠넘겨왔다. 정부가 구상한 창조경제는 기업들에게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이름의 분담금으로 돌아왔다. 정부와 여야가 한중 자유무역협장(FTA) 비준동의 조건으로 내건 농어촌상생기금이 대표적이다. 상생으로 포장했지만 FTA로 인해 기업들이 수혜를 보니 농어촌의 반발은 기업들이 분담금을 내 놓아 해결하라는 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연간 부담하는 준조세가 5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한해 내는 법인세가 42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 기업들이 부담짓고 있는 법인세는 법에 정해진 수치의 2배가 넘는다.

뿐만 아니다. 모든 것이 기업 책임이다. 취업률이 떨어지면 기업들을 불러 모아 놓고 사람들을 많이 뽑으라고 으름짱을 놓고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면 당장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한다.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가 우리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수혜를 받는다는 논리지만 실제 기업들은 철저한 시장 환경속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서만 가전제품이 비싸다던 소비자들은 더이상 불평을 하는 대신 해외 직구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제품들을 구매한다. 과거 중국산이라며 쓰지 않았던 제품들을 지금은 '대륙의 실수'라고 추켜세우며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출 기업들은 벼랑에 서 있다. 신흥국 환율의 약세, 이로 인한 경기 불안, 내수 시장의 축소 등 우리 기업들은 어느때 보다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번 서명 운동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벼랑 끝에 섰다는 위기감에서 서명 운동에 참여하긴 했지만 결국 정치판에 기업들이 끼어 있는 모양새다. 하다 못해 서명 운동에 기업들이 참여한 것 자체가 다시 정치권에서 관제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쟁점화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재계의 본심이 전달되지 못한채 논란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야권에선 이번 서명 운동에 대한 반대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나 재벌에게만 좋아질 뿐 민생 살리기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며 민생 살리기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없다면 투자가 없고 일자리도 없다. 결국 기업의 경영 여건을 좋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범 세계적인 경기 침체속에서 우리나라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패스트 팔로워라는 꼬리표를 붙여 가면서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꾸준히 경쟁해온 기업들이 있기에 성장을 담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계의 민생구하기 서명 운동은 정치권에 휘둘리던 기업들이 스스로 유권자임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성장이 멈추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한다. 그것이 시장이다. 정치권은 이번 서명 운동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어떤 심정을 담아 이름 석자를 적었는지 그 무게를 정치권에서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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