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시설물 등에 대한 안전 감사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8일자로 조직 개편을 통해 3개 과로 구성된 '사회간접자본(SOC)ㆍ시설안전감사단'을 창설했다.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 공사와 시설물 안전에 대한 감사를 담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감사원은 기존에도 감사원법에 따라 일상적으로 해당 기관들의 회계감사ㆍ직무감찰을 통해 안전 문제를 점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된 시설안전감사단에 30여명의 전문 감사관을 동원하는 강수를 놓았다. 이 감사단은 SOC 건설 공사나 시설물 안전 관리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을 철저히 따진다고 한다.
원래 안전 분야 감사업무는 2014년 11월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소관이다. 안전처는 출범하면서부터 정부조직법상 안전 감찰을 주요 업무로 부여받았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77조에 의해 안전처 장관은 중앙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재난 관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기관 경고를 하고 징계까지 줄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안전처는 1년간 53건의 안전 감찰을 실시해 1건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 징계를 요구했다. 재난 대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인천시와 여성가족부에는 사상 최초로 재훈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안전처는 박인용 장관의 지시에 따라 올해부터 타 부처의 안전 정책ㆍ관리 실태에 대한 감찰을 더욱 강화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에 대해 정부 부처 내에서 '호랑이 훈장님'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안전 분야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안전처 관계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 최고의 감사 전문가들이 포진한 감사원의 감사 능력은 해경 및 소방 정책 담당자 일색으로 채워진 안전처보다 훨씬 전문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세칭 '전문 칼잡이'들이 모인 곳이다.
게다가 안전처는 각 분야의 안전 관리에 대한 전문성도 떨어지고 지역 현실에 대한 경험도 아직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 주어진 감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안전처의 입장에서 보면 안전 감찰 분야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능력자'가 라이벌로 등장한 것이다.
아무튼 안전처와 감사원의 안전 감사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부처간의 경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호기심이 일기도 한다. 적절한 경쟁이 생산성과 효율을 향상시켜 좋은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 안전처와 감사원의 경쟁이 정부와 지자체의 느슨한 안전 관리 나사를 팽팽하게 조이는 역할을 담당해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줄 수도 있다.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경쟁은 되레 비효율을 초래한다. 벌써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 관리 담당자들은 중복ㆍ과잉 감사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두 조직이 경쟁적으로 성과 내기에 욕심을 내다보면 무리한 감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복 감사로 인한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오히려 현장의 안전 관리가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안전처와 감사원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고 룰을 지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 안전을 담보해주길 기대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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