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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박 대통령의 '해양강국'과 또 다른 '해양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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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박 대통령의 '해양강국'과 또 다른 '해양강국' 이정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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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비율 800%'는 빚이 자본보다 8배 많다는 뜻이다.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비상 상황'임을 모를 리 없다. 우리 해운업계가 처한 현실이 그렇다. 정확히는 한진해운이 747%, 현대상선이 786%다(작년 3분기 기준). 당분간은 실적 반전도 여의치 않다. 얼마간은 고통 감내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정부의 구조조정 책임자라면? 1. 급한 불을 꺼야 하므로 채권단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2.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황 개선의 기회를 마련한다. 3. 경제 논리에 따라 생사(生死)를 시장에 맡긴다.


해운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2에 가깝다. 정부는 장기 불황으로 경영난에 빠진 해운사들을 돕겠다며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 계획을 작년 말 발표했다. 해운사들이 펀드를 통해 선박을 빌려 운항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런데 단서 하나를 족쇄처럼 달았다. '부채 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라'. 그렇지 못하면? 선박펀드는 그림의 떡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2에 대한 정부와 해운업계의 시각이 갈린다. 기업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막아야 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되지만, 해운업계의 하소연도 일리가 있다. 부채 비율 400%는 정부 지원이 필요 없는 우량 기업에 해당한다.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물에 빠진 사람이 알아서 살아 나오면 수영을 가르쳐주겠다'는 꼴이다.


이는 정부의 '조선업 바라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4조원 가량을 수혈하기로 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서 보따리까지 알뜰히 챙겨준 셈이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조선업은 방위 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같은 질문을 해운업에 던져보자. 2014년 해운업의 외화 가득액은 346억달러로 382억달러를 기록한 조선업과 비슷하고(a), 해운업 종사자는 29만명으로 23만명의 조선업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크며(b), 또한 해운은 유사시 전시 물자를 수송해야 한다(c). 정부 논리라면 해운업은 조선업과 같은 범주에 속한다.

a, b, c에 '플러스 알파'도 있다. 조선업과 해운업은 선순환 구조다. 배를 만드는 조선업, 그 배를 운항하는 해운업은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의 조선업 라이벌들이 이를 보여준다. 조선업에서 우리와 '세계 1위'를 다투는 중국 정부는 자국 해운사들에 10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일찍이 우리와 세계 1위를 다퉜던 일본은 이자율 1%의 회사채를 발행해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를 돕고 있다. 일본과 중국 정부의 속내는 이렇다. '조선업을 살리려면, 해운업을 죽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해양강국을 부르짖는 우리의 선택은? 시계를 지난해 5월29일 '제20회 바다의 날'로 돌려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창조경제의 시대를 맞아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여 대한민국을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때"라고 격려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선출된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해운ㆍ조선 등 해양산업의 국제규범을 정하는 국제해사기구의 수장으로 한국인이 처음 당선된 것은 해양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고 축하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해양강국'이 한진해운ㆍ현대상선이 꿈꾸는 '해양강국'과 다르지 않을 터. 경영난의 1차적 책임은 물론 해운사에 있다. 그런 만큼 뼈를 깎는 고통을 그들은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면서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년 후에도 우리가 '해양강국'을 외치려면 말이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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