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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최고다'외쳤다 추방당한 18세기 유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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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대학 총장 '볼프'가 일으킨 동양사상 신드롬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우린 유럽의 문화와 사상이 동양보다 앞섰고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유럽은 오히려 동양의 철학에 대해 깊은 콤플렉스를 지녀왔다. 18세기 프로이센의 크리스티안 볼프 사건이 그 한 장면이다. 이 사람은 공자를 추앙했다. 신이 없어도 인간이 덕성을 함양하여 완전한 인격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 동양의 성인에게 매료됐다. 그는 왕립대학 학장이었다. 이 뜻밖의 풍경을 들여다보자.



"공자(孔子)의 말과 행동은 유럽인들이 그리스철학으로부터 얻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덕철학과 국가철학의 보물창고입니다. 공자는 도덕과 학식이 출중했고 헛된 명예욕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며 국민의 참된 행복을 높이는데 자신의 재능을 모두 바친 사람입니다. 중국에서 그를 스승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영광'의 표현이며, 공자는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받는 것과 똑같은 경배를 중국인들에게서 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옛 황제들은 정치가인 동시에 철학자였습니다. 요순과 같은 고대의 성군(聖君)은 바로 플라톤이 말한 철인(哲人)정치가들입니다."

'공자가 최고다'외쳤다 추방당한 18세기 유럽인 크리스티안 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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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느 대학총장의 연설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동양이나 우리나라의 대학이 아니라 유럽의 대학이며, 그것도 현대가 아닌 1721년 7월12일에 읽힌 글이다.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의 할레대학 총장직에서 물러나며 크리스티안 볼프(Christian Wolff, 1679 -1754)는 이런 놀라운 연설을 했다.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었던지라 그 자리에 참석했던 교수와 신부들 일부는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자철학이 그리스철학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공자의 지위를 예수의 반열에 올려놓는 어마어마한 신성모독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볼프(2012년에 하차한 독일의 전직대통령 크리스티안 볼프는 Wolff가 아닌 Wulff를 쓴다)교수가 재직한 할레대학은 왕립학교로서, 루터교회의 세속적 신학을 거부하여 독일에서 주창한 '금욕적 경건주의' 교파를 신봉하는 신앙적 중심지였다. 그들 교파는 인간의 이성이 신의 계시 아래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경건한 신앙으로 신의 아들이 되는 것만이 진정한 종교철학이라고 설파해온 이들이었다. 그런 신앙의 한복판에서 '공자 만세'를 외쳤으니, 어찌 됐겠는가.


볼프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을까. 신학과 더불어 철학과 자연과학을 함께 공부했던 학자로, 수학자이자 자연과학자인 라이프니츠가 할레대학 교수로 추천했다. 그는 당시 대학서 사용하던 라틴어를 쓰지 않고 독일어로 강의를 하여 학생들을 열광케 했다고 한다. 그가 중국사상을 이해한 것이 어느 정도 정확했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그는 공자를 내세워 신학적 도덕철학을 설득력 있게 비판했고 당시의 주류적인 종교관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 공자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도덕을 이룰 수 있었다. 즉 인간본성의 힘만으로 중국인들은 도덕철학을 일구어냈고 따라서 무신론자도 얼마든지 덕행이 가능하다는 논지였다. 경건주의 왕립학교의 중심에서 '종교는 필수가 아니라 부차적인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했으니, 주위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졌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연설을 들은 차기 총장 랑에는, 전직 총장의 이임연설문을 당시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국왕에게 고해바쳤다. 랑에는, 모짜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처럼, 학생들에게 명망이 높은 볼프를 시기해온 사람이었다. 랑에를 통해 연설문을 읽은 왕은 분노에 차서 이렇게 외쳤다. "그가 이만큼 지독한 무신론자인줄은 몰랐다. 내 나라에 둘 수 있는 국민이 아니니, 48시간 내에 프로이센을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하겠다." 신하들은 성난 국왕을 여러 차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1723년 11월 8일 볼프는 프로이센을 떠났다. 그가 남긴 교수 자리는 랑에 일파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그의 추방소식이 유럽에 알려지면서 볼프는 오히려 스타가 되었다. 곳곳에서 그를 초빙했다. 그의 철학적 신념은 시대정신의 표상이 되어갔다. 경건주의에 대한 내밀한 저항감이, 볼프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당시 사람들에게 공자는 신에 의탁하는 정신이 아니라, 인간이 자율적 이성으로 삶의 가치를 완성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볼프의 연설은 독일 계몽주의의 방아쇠가 되었다. 추방까지 부른 그의 연설문은 해적판으로 인쇄되어 토론장마다 불티나게 팔렸다. 판금 저작물이었지만 독일 전역에서 200여건의 관련 저술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1726년 결국 연설문은 정식으로 출판이 된다.


1732년 볼프는 공자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에 주목한 책을 펴냈다. 아무리 마음껏 행동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는 칠십세의 인생론은, 플라톤의 이데아를 몸소 구현한 경지라고 찬사를 보낸다. 공자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성보다 덕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서구의 '지식에 대한 과도한 신념과 가치부여'를 비판한다. 서구 합리론의 지성주의가 부른 황폐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공자의 덕성주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국왕은 1736년 볼프 재조사위원회의 설치를 허락했고, 이 위원회에서는 볼프철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국왕은 볼프의 저작을 직접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국왕의 왕자는 볼프 마니아였다. 1740년 왕이 서거하자 젊은 왕자가 왕위에 오른다. 그가 프리드리히 대제로 칭송되는 군주이다. 사상가 볼테르는 이 국왕을 '왕좌에 오른 소크라테스'라고 표현했다. 이 철학자국왕이 맨 처음 한 일은 볼프를 다시 할레대학 총장으로 부른 일이었다. 볼프는 총장 취임 이듬해(1754년 12월6일) 세상을 떠난다. 볼프학파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생겨난 학술적 파벌이었고, 19세기 초 칸트주의가 솟아오를 때까지 독일 철학계를 풍미했다. 18세기 독일은 '공자'마니아들의 세상이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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