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금융위원회, 채권은행들로 부터 시집살이를 혹독히 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개편한다는 청사진과 달리 채권은행들의 협조 부족으로 처음부터 암초에 부딛쳤다. 든든한 아군으로 생각된 금융위는 “언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냐”며 닥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25일 유암코 임원 2명을 불러 대상기업 선정 등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대한 점검을 했다. 이달 초 금융위가 유암코 임원들을 불러 “1월 말까지 대상기업 선정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통보한 후 두번째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암코와 은행이 자유로운 협약을 맺어 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것이지만, 구조조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유암코 임원을 만나 진행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닥달에는 이유가 있다. 이미 업무보고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암코가 1분기부터 기업구조조정을 본격화 한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더 늦어지면 허위보고를 한 셈이 된다. 유한책임투자자(LP) 모집 등 펀드 설정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하면 이달 말까지 마무리 못할 경우 3월 말까지 펀드를 조성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2일에 나온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회계법인의 홍원제지에 대한 실사결과도 유암코 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이 유암코가 아닌 경매를 통해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또 청산이 낫다고 판단된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회생 모델을 만든다는 유암코 개편 취지와도 맞지 않게 됐다. 이번 실사 결과는 오리엔탈정공, 영광스텐, 아하엠텍 등 다른 구조조정 유력후보 선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 유암코의 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채권을 사서 빠르게 구조조정 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대상 12개 기업 명단은 이미 채권은행에서 지난해 11월 초에 만든 것인데 벌써 세달째 접어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C등급으로 나오면 한 달안에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하는 것에 비해 유암코의 구조조정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느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암코는 채권은행의 협조가 부족해 대상기업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달 말까지 주채권은행이 매각 동의를 해야 구조조정 작업을 당초 일정대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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