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확실" 이혼문의 급증
직장에서도 거짓말 들통
네티즌 "당해도 싸다" 반응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매형한테 친구들이랑 부산 놀러간다 거짓말하고 제주도에 간 누나가 들통났어요. 아이디어 좀 주세요."
지난 24일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 '우리 친누나 멘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처럼 제주도 폭설 사태로 꼼짝없이 섬에 발이 묶인 체류객 중 가정이나 직장을 상대로 한 거짓말들이 속속 드러나 낭패를 보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전용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블라인드'의 은행업계 게시판에는 이번 제주도 폭설로 인해 부부관계가 파탄나게 됐다는 하소연글이 올라왔다. 세종시로 출장을 간다고 했던 남편이 공중파의 '제주도 폭설' 관련 뉴스의 자료화면에 낯선 여자와 함께 등장했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출장기간이 갑자기 연장됐다고 할 때 이상하기는 했지만, 꿈에도 생각못했다"며 "이혼절차를 밟으려 한다"고 적었다.
실제 지난 주말부터 이혼상담소에 제주도 폭설 사태와 엮인 이혼 관련 문의가 꽤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초동 D이혼상담소 관계자는 "제주도 폭설과 관련해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이혼절차를 밟으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심증만으로 문의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집안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사람들도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 상태다.
여성혐오 반대를 표방하는 커뮤니티인 '메갈리안' 게시판에는 '년째******'라는 아이디의 작성자가 "금요일에 생리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놀러왔는데 망했어요. 결항이 너무 길어져서 둘러댈 수도 없는 상황인데…"라며 직장에 거짓말을 했다가 제주도에 발이 묶인 자신의 사연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당해도 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legend*******'는 "제주도 폭설 거짓말, 결국은 자신들이 자초한 일인데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일갈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에 갇혔던 9만여 명의 체류객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으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어떤 사유이건 거짓말로 둘러대고 제주도를 찾은 사람들은 이중의 마음고생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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