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노골적인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이 눈총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는 '진박'(진실한 사람+친박) 마케팅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 발언이 이어지고 있고 급기야는 대구 3선 의원인 박창달 의원(대구 중·남)은 탈당을 선언했다. 과도한 진박 마케팅이 도리어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대구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박창달 전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탈당을 선언했다. 대구 지역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중에서 첫 탈당이다. 박 예비후보는 24일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떠돌이 진박·친박이 이 당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새누리당을 위해 충성·희생·봉사로 일해 온 당원에 대한 평가는 없고, 양지에서 놀다 온 인사들만 우대한다면 누가 당을 위해 희생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진행되는 공천룰은 혁신위 방안을 지키는 것도 없고,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개인적 영욕을 좇아 대통령 이름까지 파는 정치 철새들이 당과 지역의 분열을 조장하는 위기에도 당은 무기력에 빠져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예비후보의 선거구인 대구 중·남에선 '진박'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3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당초 곽 전 수석은 달성에서 출마를 준비해 왔으나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에게 달성을 내주고 중·남으로 선거구를 옮겼다. 곽 전 수석과 추 전 실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지난 20일 대구의 한 해장국집에서 6인의 진박 후보 회동을 하며 세를 과시한바 있다.
같은 날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도 "당에서는 꽃가마를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말해 진박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 전 위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당이 정한 공천원칙을 따르고 어떤 특혜나 개입도 요구하지 않겠으며, 지역에서 당원들과 유권자가 태워주는 무등을 타고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김무성 대표가 주장해온 상향식 공천에 따를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친박(친박근혜)은 지속적으로 전략공천을 주장해 왔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 전 위원에 대해서도 "안철수의 허상정치에 대해 새누리당은 실상정치를 하자는 뜻에서 이준석을 꽃가마 태워 노원병에 내보낼 것이다"이라고 말하며 전략공천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이 전 위원은 "원 원내대표가 개인자격으로 말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진박 마케팅은 공천을 앞두고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절대적인 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을 생각하면 진박 마케팅이 공천 경쟁을 앞두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들 진박 후보들이 당내 경선 관문을 통과해도 본선에서 경쟁력을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진박 마케팅이 여당이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박 예비후보를 필두로 진박 연대를 겨냥한 추가 탈당 움직임이 있을 경우 당내 계파 간 파열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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