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 단독처리를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키(key)를 쥐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법안 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새누리당의 대응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단독처리를 위한 절차를 진행시켰다.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면 표결은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다.
일부 개정법률안의 경우 발의 후 위원회 상정 전까지 15일의 숙려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법 59조 조항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 의결이 있는 경우'를 적용해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시키고 제안설명,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 대체토론 등 절차를 진행시켰다.
하지만 여당의원들은 이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부결'을 결정했다. 외형상 법안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이지만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본회의에 올리려는 의도다. 국회법 87조는 '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의안에 대해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것으로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법안이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7일간 완전 폐기 전단계에 놓여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소속 의원 30인 이상의 의견을 모아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하면 법률 효력 발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된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고, 이후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공포일로부터 20일 뒤 법률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오는 5월29일이기 때문에 여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당으로서는 법적으로 국회법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견 조정을 위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90일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이날 운영위 불참으로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야당과의 협상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은 사실상 국회의장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 관련 4개 법안이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폐기되자 여당의 친이(친이명박) 의원들이 국회법 87조 규정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하는 절차를 밟았다.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 안건을 표결에 붙였고 결국 부결됐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 19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심사숙고하는 중"이라며 "잘못된 법 고치는 데 있어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설득할 방침이지만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고민 중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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