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국제 유가 3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사상 초유의 저유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에 따른 공급과잉 전망과 함께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급감이 저유가 사태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도 국제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8달러(5.7%) 급락한 29.42달러로 2003년 11월 이후 1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11.3%나 줄어든 수치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28.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배럴당 1.94달러(6.3%) 폭락한 것으로 2004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이처럼 유가가 끊임없이 급락하고 있는 데는 전세계적인 원유 공급과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국가들이 원유 점유율 지키기에 나서면서 원유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원유 공급 경쟁으로 인한 유가 하락에 중국의 경기 둔화가 불을 붙였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될수록 중국 내 원유 소비량이 크게 줄어 전세계 원유 소비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원유소비량의 12%를 담당하는 국가로 지난해 하루 평균 원유 1130만 배럴을 소비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도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 7일 모건스탠리는 위안화 가치가 내려갈 경우 달러강세로 이어져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고 결국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경기와 유가의 관련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중국의 4분기 GDP성장률 발표가 저유가 흐름에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당국의 목표치인 7%를 밑도는 6.8~6.9%로 1990년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11년부터 성장세가 위축돼 2010년 10.6%였던 중국 GDP 성장률이 2014년 7.3%까지 떨어졌다.
이에 1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리커창 중국 총리가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에 참석해 "우리 GDP는 작년에 7% 안팎, 다시 말해 7%에 거의 가깝게 성장했다"고 말했다며 최근 수년간 이어진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추세를 확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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