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누구나 당첨을 꿈꾸는 '로또'는 가져다 주는 행운만큼이나 골칫덩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부부 관계를 깨기도 하고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갈라 놓는 것은 다반사다. 평소 로또 당첨을 노리며 오늘도 복권을 구입하고 있는 많은 '서민'은 "나는 안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은 달라진다".
로또 당첨금을 둘러 싼 다양한 소송 사례를 살펴보자.
▲로또 당첨금은 이혼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로또 당첨금은 노력이 아니라 행운으로 취득한 재산이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할 때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례다. 2014년 부산가정법원의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부산가정법원은 1993년 결혼한 AㆍB씨 부부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B씨가 2011년 로또에 당첨돼 받은 22억여원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판결했다. 부인 A씨는 "남편이 혼인기간 중 부부공동재산을 이용해 로또를 구입했고, 평소 '로또에 당첨되면 절반을 나눠주겠다'고 말해 왔다"며 돈을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로또당첨금은 피고가 자신의 행운에 의해 취득했을 뿐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이룩한 재산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특유재산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로또당첨금을 수령한 이후 이를 기초로 재산을 유지ㆍ증식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공로가 인정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함께 구입한 복권이 당첨된다면?
평소 친한 사이인 4명이 모여 놀다가 이중 C씨가 낸 돈으로 구입한 즉석 복권을 D씨가 긁어 당첨된 사례가 있었다. 이때 복권 당첨금은 누구 소유일까? 법원은 네 사람이 똑같이 나눠가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4명이 서로 친한 관계에서 소액의 복권을 구입하면서 같이 긁은 행위는 "누가 당첨되더라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사용하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당첨되면 나눠줄께" 약속, 증인ㆍ공증 받아라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선배 E씨는 마침 외출하던 후배 F씨에게 복권 구입을 부탁했다. "내가 당첨되면 너한테 당첨금 20%와 고급 승용차를 사주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런데 그날 밤 실제 복권이 당첨되고 말았다. F씨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지만 욕심이 생긴 E씨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일축했다. 결국 소송까지 가고 말았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화해를 권고했고, E씨는 F씨에게 1500만원을 주고 합의하고 말았다. F씨로서는 아쉬웠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동료들 중에서도 복권을 주고받는 장면을 지켜보긴 했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복권을 사면서 주고받은 약속이 있다면 서류로 남기거나 증인을 확보하는 게 좋다.
▲도박자금으로 구입한 로또 당첨금, 나눠가져야 하나?
매번 판돈으로 복권을 사서 나눠 가지는 도박장에서 어느날 로또 1등 당첨이라는 대박이 터졌다. '1등에 당첨되면 당첨자가 절반을 갖고 나머지 절반은 똑같이 분배한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욕심이 난 해당 복권 소지자는 당첨 사실을 숨기고 도박장에 발을 끊었다. 나중에 이를 안 다른 도박꾼들이 "약속 대로 돈을 내놔라"고 소송을 걸었다. 복권 소지자는 약속 자체는 인정했지만 도박장에서 도박 자금으로 산 복권을 둘러 싼 약속은 무효라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당첨금 분배 약정에 따라 당첨금의 절반을 나누어줄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문서로 남기지 않았더라도 분명한 약속이 있었다면 지켜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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