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들어서 곧바로 준비한 대국민담화를 31분간 읽었다. A4 용지 17장짜리로 예전 담화문보다 다소 긴 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1시간 8분 간 13명의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담화와 질의응답 모두 합해 99분 걸렸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경제활성화 복장'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 빨간색 옷을 입고 연단에 섰다. 담화와 회견의 핵심 내용이 '북핵 해법'이었지만, 4대 개혁 등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대국민담화도 북핵보다는 경제활성화 쪽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질의응답 초반부에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찾지 못해 당황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첫 질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지 왜 몰랐느냐. 미국도 모른 것이냐"는 공격적인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징후를 우리가 포착할 수가 없었다. 미국이 그걸 몰랐다는 것, 이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다"는 말을 다소 어렵게 이어갔다. 아울러 "우리도 전술핵을 가져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핵이 없는 세계는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누차 강조를 해왔고 또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떠듬떠듬 답했다. 기자들이 질문 내용을 청와대에 사전 제공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준비 가능했던 답변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당황해하는 모습은 다소 의외로 비쳐졌다.
그러나 질의응답이 진행되면서 박 대통령은 차분함을 되찾고 농담도 던져가며 상황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이 한 번에 여러 질문을 던지자 "답을 다 드렸는지요? 또 답을 안 한 게 있나요? 아까 질문을 한꺼번에 여러 개를 하셔가지고.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이거 다 기억을 못해요"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섯 번째 질문에서 박 대통령은 "여러분께서 답은 안 하시겠지만 제가 질문을 수십 개 받았으니까 저도 한 개 정도는 질문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런 것을 여러분께 한 번 질문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질문을 받아치기도 했다.
'반기문 대망론'을 바라보는 시각을 묻는 질문에는 "지지율이 그분이 높게 나오느냐 하는 것은 저는 모르겠고, 국민들께 한번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십니까 하고 물어보시지요. 그게 제일 정확할 것 같다"고 부드럽게 답변을 회피하는 여유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99분간의 담화ㆍ회견을 마치고 2층 브리핑룸에서 나와, 기자들 업무공간이 있는 1층으로 이동했다. 기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박 대통령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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