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쯤 지난 시점, 팔걸이 아래로 슬며시 다가오는 남자의 손. 이 손은 A씨(24ㆍ여)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런 '몹쓸 손놀림'은 이후 서너 차례 반복됐다. A씨는 '나를 성추행한다'고 여겨 휴대전화 불빛으로 그의 행동을 살폈다. 남자의 손이 또 '아래'를 향하려는 순간,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칸 뒤로 옮겨 앉았다. "나가자"고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는 사이, 그가 먼저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도망치는 거 아닌가?' A씨는 비상구로 나가 직원들에게 그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도움을 청했다.
#윤모씨(44ㆍ남)는 상영관에 들어간 뒤 바로 자리에 앉지 않고 통로에 서서 잠시 주위를 살폈다. 영화가 시작되고 5분 쯤 지난 시점, 윤씨는 자기 자리를 버려두고,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던 젊은 여자 옆자리로 옮겼다. 얼마 뒤 윤씨는 슬며시 팔걸이 아래로 손을 뻗어 여자의 허벅지를 만졌다. 이러기를 서너 차례. 또 한 번 손을 뻗으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두 칸 뒤로 이동했다. 깜짝 놀란 윤씨는 서둘러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윤씨는 극장 화장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1월, 경기도 수원의 한 극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윤씨는 강제추행 가해자, A씨는 피해자다. 윤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윤씨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2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토록 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윤씨가 "허벅지를 만진 적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정황에 대한 A씨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자연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씨가 상영관 통로에 서 있을 때 살짝 스치기까지 한 터라 윤씨 인상착의에 대한 A씨의 기억은 분명했다.
"…그 때 그 남자를 쳐다봤는데, 밝은 빨강색과 주황색이 섞인 다홍색 패딩 상의를 입고 있었어요. 그리고 안경도 썼어요…"
윤씨는 이미 청소년강간ㆍ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몇 차례 처벌을 받았고 지금도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실형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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