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국 증시 개장 29분 만에 조기 강제 폐장
올 들어 서킷 브레이커 발동 두 번째
이날 폭락의 단초는 위안화 환율 리스크
전문가들 "서킷 브레이커와 T+1 결제 등 제도적 결함" 지적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중국 주식시장이 개장 29분 만에 하루 장사를 접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7일 중국 증시는 두 차례 서킷 브레이커 발동과 함께 오전 장 중 거래를 완전히 중단하고 장을 마감했다. 서킷 브레이커의 발동 기준인 상하이선전(CSI)300지수가 5.38%, 7.21% 급락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서킷 브레이커는 개장 13분 만인 오전 9시43분에 발동됐다. 이어 오전 9시59분에 서킷 브레이커 2차 발동 후 거래는 자동으로 멈췄다.
중국 증시가 조기 폐장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에도 중국 증시는 두 차례 서킷 브레이커 발동 후 오후 장 중에 거래를 종료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1월1일부터 증시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첫 도입했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 이상 등락할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15분 동안 중단한다. 또 장 마감 15분 전인 오후 2시45분 이후 5% 이상 급등락하는 경우나 7% 이상 등락할 경우에는 마감 시간까지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날 주가 폭락의 단초는 '위안화 환율 리스크'였다는 분석이다. 중국 외환 당국의 통제력 상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인민은행이 재차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면서 자본 유출 우려를 키웠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서킷 브레이커 발동에 따른 공포심까지 더 해져 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가치를 0.51% 절하했다. 하루 절하 폭으로는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5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위안화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신시아 웡 신흥국 거래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위안화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흐름은 위안화의 추가 하락에만 베팅하는 '일방통행'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시장 불안의 한 요인인 상장사 대주주의 지분 매각 금지 해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한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오는 9일부터 대주주의 3개월 내 매각 가능한 지분을 총 지분의 1%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상장사 대주주가 시장에서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15거래일 전에 지분 매각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중국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2거래일에 걸쳐 폭락한 데는 두 가지 심각한 제도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가는 "중국 증시의 실질적인 하한가는 9% 정도인데 7%에 장이 종료되는 이상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문제제기 했다. 이어 "T+1(주식 매입 후 익일 매각) 결제 제도 역시 중국 투자자를 패닉으로 몰고 있다"며 "이런 정책적 결점은 중국 증시를 언더슈팅(과매도)으로 밀어버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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