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유동성 부족 해소 차원
"영업활동엔 지장 없어…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붙을 것"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한진중공업이 7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신청한다. 금융권 지원 없이는 부채 상환을 제 때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업황 악화와 자산 유동화 지연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자율협약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자율협약은 강제성이 뒷받침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보다 구조조정 수위가 낮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5월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이후 유상증자와 부동산 등 자산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지난해 말에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토지를 1389억원에 매각했고 지난해 6월에는 서울 남영동 사옥과 부산 중앙동 연구개발(R&D) 센터를 1497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정상화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력 업종인 조선업과 건설업 불황으로 실적이 뒷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회사 지분과 보유 부동산 매각이 지연되며 유동성 확보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한진중공업의 금융권 채무는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1조4000억원 가량은 산은과 하나은행 등 1금융권 채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채권단 논의를 거쳐 이달 안에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100% 동의해야 가능하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한진중공업은 대출상환 유예, 추가 자금지원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 때문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빅3조선소가 조단위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오히려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또 동서울터미널, 인천 북항 배후부지 등 알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율협약 조기 탈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조선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겪는 만큼 채권단이 엄격하게 심사했던 걸로 안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인 만큼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재무구조 개선작업과 영업활동에 오히려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저가수주 지양 등 자구책 마련을 통해 재무구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이 예상돼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으로, 회사가 정상 영업 중이기 때문에 채권은행의 지원으로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에 오히려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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