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6일 수소탄(수소폭탄) 형태의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핵실험은 과거 핵실험과 달리 사전 예고나 징후가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받은 충격은 한층 극대화될 것으로 보여 북한이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기전에 다양한 도발형태를 보여왔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하기 세 달 전인 7월에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하기 직전인 3월에는 대의원선거를 치르고 4월5일 대포동 2호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3차 핵실험도 마찬가지였다. 3차 핵실험 전날에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의 사거리 발사시험을 했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4차핵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예측해온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이 인공지진으로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지진이 맞다면 북한은 이전패턴과 다른 행태를 보여온 셈이다.
특히 북한은 과거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시작해 2009년 2차 실험, 2013년 3차 실험까지 모두 미국과 중국에 사전통보를 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절차를 생략했던 것으로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핵개발과 관련 언급을 자제해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은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터라 국제사회가 받는 충격은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김 제1위원장은 당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경제ㆍ핵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정치ㆍ군사 분야에 앞서 경제 분야를 먼저 거론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등 평화적인 대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당분간 핵 실험을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 같은 외부의 시각에 마치 허를 찌르듯이 이날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에 나선 배경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경제ㆍ핵 병진노선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국방력을 과시함으로써 충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계산된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 대회를 앞두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 차원에서 군사적 능력 과시 차원이라고 봐야한다"라면서 "그래서 주민 충성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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