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은 6일 오전 외신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 관련 보도가 잇달아 나올 때도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반응만 보였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1일 동해 신포항 부근에 있는 수중의 잠수함에서 미사일(SLBM)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에 대해서도 확인해 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이 북한 핵실험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 대북정보에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금강ㆍ백두 정찰기 RC-800은 최고 1만3000m까지 상승해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영상정보를, 백두산까지 신호정보를 탐지할 수 있으나 장비 성능이 낡아 정찰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백두정찰기는 북한의 전자정보(Elint)와 통신정보(Comint)만 포착할 수 있다.
이번 핵실험을 앞두고 군 당국은 이렇다할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고 한반도 정세의 중대 위기를 앞두고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까맣게 모른 채 북한의 대형 도발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기전에 다양한 도발형태를 보여왔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하기 세 달 전인 7월에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하기 직전인 3월에는 대의원선거를 치르고 4월5일 대포동 2호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3차 핵실험도 마찬가지였다. 3차 핵실험 전날에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의 사거리 발사시험을 했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4차핵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예측해온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이 인공지진으로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지진이 맞다면 북한은 이전패턴과 다른 행태를 보여왔다.
국방부는 "현 상황에 대해 한미간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 군은 대비태세 및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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