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장관 인사청문회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국회에 제1야당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분열을 거듭하며 야당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위안부 협상 등 야성(野性)을 높일 기회도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총선 대비도 여당에 한 발 뒤지는 양상이다.
오는 6일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7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11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인사청문회 정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5개부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여의도는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사실상 인사청문회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야당이 집안 단속에 여념이 없다.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군 의혹 등에 관해 쏟아져야 할 문제제기는 실종됐다. 과거 청문회에서는 서로 나서 후보자 저격수를 자임해온 야당 의원들도 변했다. 이번엔 '네가 저격수해라'라며 후보자 검증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민주 A 의원실에선 "선거 직전이고 이미 국토교통부 장관 청문회 때 대부분 검증 돼 큰 지적사항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B 의원실에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B 의원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인사청문회에 관심이 뜬 야당 의원들은 당 내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창업주인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당이 분당의 기로에 서있는 까닭이다.
현재 호남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박지원·주승용 의원의 의중이 탈당으로 기울고 있다. 박 의원은 5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탈당 여부를) 상당히 굳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의 탈당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훈평 전 의원은 4일 "(동교동계의) 탈당에 대한 원칙은 합의가 다 끝나있다"면서 "여러 여건을 보면서 시기만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당의 '대여투쟁'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를 성토하며 대여투쟁의 군불을 때려고 하지만 불씨가 좀처럼 타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는 굳건하다. 리얼미터의 12월 5주차 주간집계(응답률 6.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2.5%로 횡보했다.
여당은 야당의 혼란을 틈타 '총선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20대 총선을 위한 공약개발본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총선공약 마련작업에 들어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본부장을 맡는 공약개발본부는 현역 의원 59명을 포함해 총 66명의 메머드급으로 꾸려진다.
이에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인재영입을 가속화하며 총선 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표는 이날 인재영입 3호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를 발표했다. 그는 2003년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2005년 주독일대사를 역임했다. 다만, 당을 수습하고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논의키로 한 조기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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