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 세상'이 음악·방송·광고 판 바꾼다"
스마트폰·태블릿PC로 소비…산업 질서 새판 짜기
#.지난해 말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군 동영상이 있었다. '여고생 아델'로 유명세를 탄 이예진(17)양이 주인공이다. 이 양이 아델의 신곡 'Hello'를 부른 영상이 유튜브·페이스북 채널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등에 게재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들은 수많은 '좋아요'와 '공유'를 통해 이 영상을 전 세계로 퍼뜨렸다. 이 영상은 지난해 11월5일 처음 공개된 후 20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390만건, 페이스북 조회수 476만건을 찍었다. 급기야 평범한 여고생이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엘렌쇼'에 출연하는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기존 산업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출퇴근, 등하굣길 '손바닥 안 세상'에 갇힌 이들은 이동 시간 내에 소비할 수 있는 짧은 웹드라마나 영상, 게시물 등 '스낵컬처'를 소비하고 있다. SNS를 통해 주변인들의 일상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온라인 상에 '떠도는 이야기'들 다양하게 접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들 하나하나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내용들은 국경 없는 온라인 세상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이는 무명가수의 오래된 앨범을 주류 음원 사이트의 순위권에 척 올려놓기도 하고, 이 양과 같은 '일반인 스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맏형 '멜론'이 쥐고 있는 음악 생태계 변화 조짐= 최근 음원 시장 내 뜨거운 감자는 '끼워팔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추천곡 제도다. 앞서 지난해 11월 멜론을 제외한 CJ E&M, 벅스, KT뮤직, 소리바다 등이 추천곡 제도 폐지를 선언하고 나섰고, 멜론은 전체듣기 기능 삭제 등 개선안을 마련한 상태다.
추천곡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모호한 추천 기준으로 인한 불합리성 문제와 끼워팔기로 인한 차트의 공정성 저해 문제 등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차트 가장 위에 배치되는 추천곡은 그간 차트 전체듣기를 이용할 때 가장 먼저 재생돼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음원 마케팅 수단이 됐다. 기존에는 음원 제작과 유통, 서비스를 한 번에 하는 음악 서비스 산업 내에서 뜨는 음악이 탄생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의 눈에 띄는 변화는 SNS 상에서 입소문을 탄 음악이 멜론 등 주요 차트에 '뜬금없이' 진입한다는 점이다. 제작, 유통, 서비스 등 틀 안에서 움직이던 기존 질서를 깨는 흐름이다. 예를 들어 신인 가수 김나영의 신곡 '어땠을까'가 지난 달 30일 출시된 후 이튿날 멜론차트 1위에 오르고, 4일 오전 기준 5일째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도 SNS 입소문의 힘이다. 이를 발 빠르게 캐치한 기획사들은 SNS 내 음악·동영상 채널들을 통해 새 가수와 음악을 소개하는 방식을 주요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김홍기 메이크어스 뮤직팀 이사는 "SNS를 기반으로 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일반인의 소름 돋는 라이브와 같은 모바일 음악 동영상 채널이 음악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방송사서 '제2의 대도서관 만들기' 나서는 역전현상=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전문 방송인을 비롯해 요리, 패션, 뷰티, 스포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1인 방송'을 하는 모습을 공중파에 내보내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대도서관, 양띵 등 온라인 상의 1인 방송 BJ(브로드캐스트 자키)로 유명세를 탄 이들을 주류 방송사 프로그램이 벤치마킹 한 것이다. 모바일 트래픽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동영상 중에서도 60%가 기존 방송 콘텐츠가 아닌 1인 방송 BJ들이 만든 콘텐츠인 시대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미국 10대(13~17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상위 10위 가운데 8명이 '유튜브 스타'인 것으로 나타났다. 퓨디파이(PewDiePie)라는 유튜브 아이디를 쓰는 스웨덴 출신 20대 남성 펠릭스 셸버그는 게임 방송을 주요 콘텐츠로 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4000만명을 넘어섰고, 연간 수익은 1200만달러(약 135억원)에 달한다. 스모시(Smosh), 파인 브라더스(Fine Brothers) 등도 코미디와 화제의 영상에 대한 반응 동영상으로 연 1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들을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정식 분류했다. 트레져헌터 스튜디오, SK텔레콤 핫질 스튜디오, CJ E&M 다이아TV 스튜디오 등 1인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스튜디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BJ들의 기획사 격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MCN 시장은 지난해 1650억달러 규모에 육박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MCN 기업이 처음 설립된 이후 2년 만에 100개 이상의 MCN 업체가 생겨났다고 밝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같은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대기업들도 MCN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판 변화도 이미 시작됐다= 1인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인터넷 동영상 광고 시장 역시 활황이다. 2014년 기준 유튜브의 광고 수익은 11억2000만달러(약 1조2200억원)이었다. 유튜브 광고를 통해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는 곳 역시 수천 곳에 달한다.
유튜브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 이어 국내에서 상위 5% 인기채널에 광고를 집중하는 '프리퍼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역시 웹드라마를 활용, '유료 미리보기' '패키지 광고' 'PPL 커머스' 등 다양한 광고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퓨디파이와 같은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들은 기업들이 직접 찾아 간접광고(PPL) 등을 요청한다. 국내에서도 1인 방송 BJ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직접 광고 마케팅에 나서거나, 웹드라마 제작사들이 대기업의 SNS 기반 광고 제작을 맡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시장도 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동영상 광고 시장은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지난해 약 1183억원에 달했던 시장 규모 역시 올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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