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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정위원 여야 양분…'합의 처리'에 발목잡힌 획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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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4로 팽팽…합의 강조 위한 3분의2 의결정족수도 걸림돌

김정훈 "의결정족수 과반 완화 개정안 발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요청한 '획정시한'을 끝내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선거구획정위에 획정기준을 제시하면서 5일까지 안(案)을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획정위 논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어렵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획정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4일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며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지만 정작 획정위의 의사결정구조를 들여다보면 무턱대고 비판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획정위원이 여야성향으로 정확히 양분돼 있는데다 의결정족수를 전체위원의 과반 찬성이 아닌 3분의2로 강화해 절대적 지지 없이는 통과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개특위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관계자는 "합의 처리를 강조하기 위해 위원의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정족수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들의 합의처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사결정구조가 결과적으로 합의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획정위원 구성 방식만 달랐어도 의결정족수 요건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획정위원 9명 가운데 김대년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위원은 여야가 학계·법조·언론·시민단체·정당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하지만 여야가 6명을 선정하고 나머지 3명을 선관위 등 정치권 외 권역에서 추천을 받았다면 3분의2 찬성 요건을 맞추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4월 정개특위 소위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이 같은 내용의 위원 추천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8명의 위원을 정치권이 선정한 것 자체가 합의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각계 추천을 받았더라도 결국 여야가 선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4명씩 양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획정위원을 보면 가상준 단국대 교수, 강경태 신라대 교수,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표환 충남대 교수 등은 여당이,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준한 인천대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교수, 차정인 부산대 교수 등은 야당이 각각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위원 추천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라고 한다면 결국 선거구획정위를 중립적으로 두자는 근본 취지를 상당히 훼손받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양분된 획정위원들은 그동안 획정위 논의 과정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획정위는 국회가 획정기준 마련에 끝내 실패하자 자체 기준을 만들기에 나섰지만 위원들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획정위 안팎에서는 "외부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회의 때는 휴대전화도 갖고 오지 말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4대4로 의견이 엇갈렸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획정위의 의사결정구조 문제가 불거지자 획정위 의결정족수를 과반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5일 발의했다. 획정위원을 다시 구성할 수 없으니 의결요건을 바꾸는 쪽을 택한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이 개정돼야 의장이 선거구 무획정에 대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면서 "획정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의결정족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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