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순환출자 고리 줄었는데도 '강화' 판단, "서운하지만 성실히 이행" 밝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줄어들었지만 합병 후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하자 삼성그룹이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어들었고 이번 합병이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공정위의 판단에 서운한 감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합병으로 인해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줄어들며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있었고 계열사에 대한 신규 출자가 아닌 합병에 의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공정위는 이를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삼성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 2.6%다. 현재 삼성물산은 구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이 합병한 뒤, 구 삼성물산은 청산, 제일모직은 법인명을 변경해 만들어진 회사다.
삼성SDI가 갖고 있던 구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지분은 신생 법인으로 옮겨지며 순환출자 고리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에 추가 출자를 하지 않았지만 공정위는 이를 추가 출자로 인한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판단에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행 요구는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이행사항은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2.6%인 500만 주를 처분하라는 것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만큼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2.6%를 처분한다 해도 지배구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단, 이행기간이 문제다.
현행법상 신규 순환출자 및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의 경우 6개월 안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 때문에 내년 3월까지 삼성그룹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를 전량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약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시가 7300억원 정도의 지분을 처분해야 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이행사항은 충실하게 이행할 계획이지만 처분 기간은 다소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3개월 안에 7300억원 정도의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한다는 것은 현 삼성물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이행 기간도 6개월인 만큼 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처분 기간을 연장해 준다면 성실히 준비해 지분 처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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